컨텐츠 바로가기

05.27 (월)

만리장성을 넘어섰던 그 팀 ‘코리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대회 여자단체전에 단일팀 ‘코리아’는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합니다. 중국 여자팀은 1975년부터 내리 8회째 세계선수권 대회 우승을 해온 난공불락의 팀이었습니다. 그동안 한국이 5번, 북한이 2번 중국과 결승에서 맞붙지만 모두 패했습니다.

남북이 하나된 ‘코리아팀’은 만리장성 중국을 제압합니다. 3-2. 그야말로 극적인 승리였습니다. 남측의 현정화 선수가 세계랭킹 2위 가오준을 잡았고, 북측의 유순복 선수가 세계랭킹 1위 덩야핑과 2위 가오준을 잡는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현정화, 홍차옥, 리분희, 유순복 선수 등이 오른 시상대 위로 한반도기가 올라갔고, 아리랑이 울려퍼졌습니다. [여적]현정화, “분희 언니랑 밥 먹고 싶어요. 단 둘이서만…”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1993년 세계선수권 대회 남과 북은 다시 두개의 팀으로 나갑니다. 이후 남과 북, 누구도 우승하지 못했습니다. 1993년에는 북한이, 1995년에는 한국이, 그리고 이듬해에는 다시 북한이 도전하지만 중국의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중국은 다시 8연패의 위업을 달성합니다. 2010년 싱가포르가 중국을 한차례 막아서지만 2014년 이후 다시 중국은 3연패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위키피디아(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World_Table_Tennis_Championships_medalists)를 검색해보면 1991년 세계선수권 대회 여자단체 우승팀에는 한반도기가 걸려있습니다. 태극기와 인공기, 어느것도 오르지 못한 그 자리입니다. 1 더하기 1은 반드시 2가 아닙니다. 때론 3이 되고, 4가 되기도 합니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시너지효과’라고 합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급조된 여자아이스하키팀을 놓고 찬반 양론이 엇갈립니다. 27년 전인 1991년과 어찌 국민정서가 같을 수 있겠습니까. 남북 단일팀을 구성했다고 단번에 남북화해가 되겠습니까. 그동안 열심히 준비를 해왔던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접할 당혹스러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에게 조금더 설명을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간에 대화의 훈기를 가져올 미풍이 될 수 있다면 남북단일팀은 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제비 한마리 온다고 봄이 오지 않겠지만 제비도 오지 않는데 봄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입니다. 1896년 쿠베르탱 남작이 근대 올림픽을 고안했을 때 그 근본정신은 ‘스포츠를 통해 세계평화에 이바지 한다’였습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남북한 단일팀과 관련, “올림픽은 언제나 다리를 놓는다. 올림픽의 정신은 존경, 대화,이해에 관한 것”이라며 “(여자 아이스하키단일팀은) 올림픽스포츠가 가진 화합의 힘을 보여주는 위대한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한반도의 봄을 물어오는 제비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경향비즈 바로가기], 경향비즈 SNS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