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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미국 "중국 WTO 가입지원은 잘못"…독자적 대중보복 예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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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TR 연례 보고…트럼프, 이달 연두교서에서 대책 발표

'G2무역전쟁' 우려…"당근 없이 채찍만 가한다" 정책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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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미중 흑자폭 감소…미 서비스 적자 사상 최대(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미국 정부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원한 것이 잘못이라며 그 WTO 틀 밖에서 독자적 보복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따라 통상 문제를 둘러싸고 이른바 주요 2개국(G2) 간의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의회에 제출한 새해 첫 연례보고서에서 WTO 회원국으로서의 중국 경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내용을 다뤘다.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도록 미국이 지원한 것은 실수였으며, 이후 중국은 시장 경제로부터 더 멀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WTO 가입이 사회주의 체제를 약화해 중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 하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시장 경제 모임으로서의 WTO의 구상을 약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글로벌 통상 시스템은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공정한 경쟁에 참여하지 않는 거대 국가들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을 지칭하면서 "WTO의 근본적인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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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AFP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2016년 중국과의 상품 및 서비스 교역에서 3천90억 달러(약 330조원)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무역적자 규모는 재작년보다 100억 달러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중국의 이 같은 행위를 변화시키기 위해 WTO와 별개로 독자적인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외국기업들이 중국 내에서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기술을 넘기도록 한 중국 정부의 지식재산권 침해 논란에 초점을 맞춘 대응책도 검토 중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달 말 예정된 연두교서에서 중국에 대한 문제를 포함해 통상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의 한 관계자를 인용해 취임 첫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rist)' 통상 정책이 북미에서 유럽,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동맹국들과 싸우는 것이었다면 올해는 중국에 대한 대응에 보다 더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 경제와 글로벌 통상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 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이나 한미 FTA의 경우 일부 문제가 있지만 폭넓은 관심사 중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나프타나 한미 FTA를 축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중 제재가 언제,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태양광 패널, 제철, 알루미늄에 이르기까지 중국 제조업체로 인해 발생하는 불만에 대해 미국 정부가 결정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매우 광범위한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해 대규모 벌금을 물릴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 발표될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갖고 싶지만, 베이징은 미국을 공정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고 분쟁을 예고한 바 있다.

당시 인터뷰에 배석한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중국이 미국 기업들에 중국에서 사업하는 대가로 지식재산권을 옮길 것을 요구하도록 하는 관행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며 "USTR에서 곧 권고안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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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같은 중국에 대한 독자적인 제재와 함께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WTO의 개혁을 추진하고 싶어한다고 FT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이같은 치고받기는 결국 무역 전쟁으로 귀결될 뿐이라는 것이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통상 자문역을 맡았던 채드 본은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임 정부들도 중국이 서구 사회와 같은 시장경제로의 전환에 실패하고 있다는 점을 걱정했지만 그들은 중국이 개혁을 지속하도록 채찍과 당근을 모두 사용했다"면서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오로지 채찍만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USTR의 보고서 내용에 대해 중국대사관은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으면서도 최근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을 언급했다.

화 대변인은 "경제 관계와 통상에서 중국과 미국이 상호 이익을 보고 있다는 수많은 증거가 있다"며 "우리는 미국과 튼튼하고 건강하면서도 꾸준한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결연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보고서는 러시아에 대해서도 2012년 WTO 가입 이후 불투명한 관세 체계, 농작물 수입 장벽 등으로 오히려 개방적인 시장 경제 시스템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WTO 규정에 따를 준비가 돼 있지 않았던 러시아를 가입시킨 것은 실수였다"고 입장을 뚜렷이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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