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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돈 불려보려다 빚지고 절도까지… 인생 망치는 도박중독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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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고2 5%·학교 밖 청소년 20% / 형사입건 10대도 2년새 3배 급증 / 낙인찍혀 고립 생활… 뒤늦게 후회

세계일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2015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학교 1학년∼고교 2학년의 5.1%, 학교 밖 청소년의 20%가 각각 도박에 빠진 것으로 파악된다. 불법 인터넷 도박으로 형사 입건된 10대 청소년은 2016년 347명으로 2014년 110명에서 3배 넘는 수준으로 늘었다. 도박에 중독된 성인의 약 70%가 청소년 때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도 있을 만큼 청소년기 도박이 남은 인생에 끼치는 악영향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기 도박 예방과 중독자들의 재빠른 치료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도박 상담 사례를 토대로 청소년 3인의 뒤늦은 후회를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해 봤다.

세계일보

◆제발 도박을 몰랐던 그때로 보내주세요

도박을 몰랐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평범하게 살고 싶습니다.

중학생 때 PC방 화장실에서 광고지를 보고 불법 스포츠 도박에 눈떴습니다. 용돈이 부족해 손을 댔는데, 빌린 돈까지 잃고 독촉에 시달렸습니다. 돈을 따 벗어나겠다고 다시 도박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온라인에서 알게 된 형들에게 100만원을 빌렸는데, 제때 갚지 않자 집에 와서 부모님께 내놓으라고 했더군요. 수백만원을 받아야 하는데 원금만 받겠다고 협박했답니다.

저를 옭아맨 도박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철없던 과거를 뉘우치고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18세 A군, 손실액 1500만원 이상)
세계일보

◆그 녀석들 말만 안 들었더라면…

그 녀석들 말을 듣지 않았다면 지금쯤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하고 있었겠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어느 날 친구들 권유로 불법 스포츠 도박을 시작했습니다. 일이 끝나면 애들과 모여 돈 딸 궁리만 했습니다. 용돈은 모두 도박자금이 됐고, 몇 번 따다 보니 재미를 느껴 더 큰 돈을 붓게 되었습니다.

도박자금을 마련하고 빚도 갚으려고 결국 편의점 계산대에 손을 대 걸린 적도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100만원 이상 빌렸다가 부모님께서 대신 갚아준 적도 있습니다. 너무 죄송했습니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도 있어요. ‘도박꾼’이라는 낙인이 찍혀 학교생활조차 제대로 할 수 없어 성적도 무척 많이 떨어졌습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사기까지 쳤습니다. 무엇으로도 용서될 수 없는 짓이겠죠. 과거를 씻어내고 새사람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17세 B군, 손실액 3000만원 이상)

세계일보

◆일주일 내내 도박으로…

일주일에 7일. 상담 시 밝힌 평균 도박 빈도입니다. 처음에는 불법 도박의 심각성을 몰랐습니다. 게임이라 여겼습니다. 빌리는 돈이 점점 커지면서 세상이 무서워졌지만, 함께 손댔던 친구들이 도박을 그만두는 중에도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용돈을 모두 도박에 털었어요.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면서 교우관계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옷이나 노트북 등 팔 수 있는 건 죄다 처분했습니다.

사기범죄까지 저질렀습니다. 결국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부자(父子)관계는 엉망이 됐고, 집에도 들어가지 못할 만큼 심리적인 압박도 커졌습니다. 돈을 갚지 못하면서 친구와도 자주 다퉜습니다. 학교에서 소문이 안 좋게 나니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닐 정도로 심리적인 압박이 심합니다. 도박 금단증상도 저를 미치게 합니다. 그러면서 죄책감에 잠도 못 이루고 자존감도 형편없이 떨어졌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18세 C군, 손실액 500만원 이상)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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