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달라진 NYT?… 사설면 털어 '트럼프 지지자 글' 채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오늘 하루 열린 토론 해보자"

1년 내내 비판하던 논조 대신 15개 '칭찬 독자투고' 실어

조선일보

뉴욕타임스 17일자 오피니언면.


지난 8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오피니언면에 독자투고 안내문을 실었다. "지난 대선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하셨나요? 취임 1주년 즈음해 그가 어떻게 직무를 수행하는지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17일 아침 NYT를 펼쳐 본 독자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트럼프 정권을 비판해 온 오피니언면이 트럼프 정책을 예찬하는 독자 투고 15편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불필요한 싸움도 하는 건 맞는다. 하지만 세금 개혁을 밀어붙였고, 이슬람국가(IS)를 크게 격퇴했고, 북한과 이란을 제대로 압박하고 있다. 기대 이상이다."(제이슨 펙·뉴욕주 홀츠빌)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을 공개 지지했던 NYT는 트럼프 당선 후에도 트럼프 비판의 선봉장이었다. 그랬던 NYT가 트럼프 취임 1주년(20일)을 앞두고 이날 사설과 칼럼이 있던 자리를 통째로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내줬다. NYT 논설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우리 논조에 모든 독자가 납득하지 않을 것이기에 열린 토론의 정신으로, 또한 우리 논조에 동의하는 독자들의 이해도 돕기 위해 마련한 지면"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치적으로 감세(減稅)와 보호무역, 국경 통제와 반(反)이민정책, 강경한 대외 정책 등을 꼽았다. 에밀리 로버트슨(텍사스주 오스틴)은 "감세 정책 덕분에 나와 남편의 월급봉투가 두툼해졌다"고 했다. 데인 데이비스(뉴욕)는 "정치가들이 미국 노동력을 값싼 외국 인력으로 대체해 오는 것을 지켜봤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사람은 트럼프 혼자였고, 실제로 잘 해내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지지자는 못 배운 백인 서민과 공화당원'이라는 세간의 인식과 배치되는 글들도 눈에 띄었다. 40년째 민주당원이라는 엘런 매클러(뉴욕주 뉴헤이븐)는 "예루살렘이 이스라엘 수도라는 점, 편향된 유엔 기구들과의 결별, 국기에 대한 존경과 법치…. 트럼프의 직무 수행은 황홀할 지경"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필립 메이민 브리지포트대 교수(코네티컷주 그리니치) 역시 NYT 지면을 통해 트럼프 지지자임을 '커밍아웃'했다. "나는 하버드대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따고, 시카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헤지펀드 트레이더, 작가·언론인을 거쳐 지금은 교수다. 이런 내가 트럼프 지지자라고 상상할 수 있나? 내가 속한 어디에서도 그저 침묵할 따름이었다."

[정지섭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