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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MB·朴 수사받는 특수활동비가 뭐기에…野 "DJ·盧도 의혹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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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칼 끝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제기된 의혹은 사실 무근이며 검찰 수사는 정치 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 수십억원을 상납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야당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특활비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활비 상납’ 수사받는 이명박·박근혜…野 “김대중·노무현도 의혹”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혐의점의 요지는 이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가 국정원 특활비를 받았고, 이를 이 전 대통령이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은 검찰에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요구로 청와대에 특활비를 전용해 조성한 2억원을 보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희중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 등 이명박 정부 청와대 인사들도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정원 특활비가 이 전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 여사 명품 쇼핑에 쓰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정원 특활비가 문제가 돼 수사선상에 오른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원으로부터 36억5000만원의 특활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절 ‘문고리 3인방(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과 공모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35억원의 특활비를 상납받았고, 이병호 전 원장으로부터 1억5000만원을 받아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달한 혐의도 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특활비 관련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김홍업씨의 금품수수 사건에 국정원 돈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또 김대중 정부 시절 여당 사무총장을 지낸 김옥두 전 의원의 부인은 2001년 3월 분당 한 아파트에 대한 분양금 1억3000만원을 납부했는데, 이중 10만원권 자기앞수표 17장이 국정원 계좌에서 발행된 것이었다고 한다.

또 노무현 정부 청와대 총무비서관이었던 정상문 전 비서관은 대통령 특활비 12억5000만원 횡령 혐의로 징역 6년에 추징금 16억4400만원을 선고받았는데,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재판부에 ‘정 비서관으로부터 3억원을 받아 빚을 갚는데 썼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권 여사가 받았다는 3억원이 청와대 특수활동비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했다.

◇특활비가 뭐기에…“국정원 특활비 상납은 관행” vs. “명백히 사실 아냐”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뜻한다. 국가 기밀과 관련된 국정 활동을 위한 예산인데, 돈을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등을 밝히지 않는 비공개 처리가 가능하다. 특활비는 지출 내역의 외부감사가 불가능해 ‘묻지마 예산’, ‘깜깜이 예산’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정원, 국방부, 경찰청, 법무부, 청와대, 국회 등이 특활비를 쓰고 있다. 2007년부터 10년간 전 국가기관에 편성된 특활비는 8조5630억8000만원이다. 이중 국정원 특활비는 4조7642억2000만원으로 절반이 넘는다.

대통령이 사용하는 특활비는 군부대나 복지시설을 위로 방문해 전달하는 금일봉이나, 청와대를 떠나는 직원에게 주는 전별금 등이다. 민정수석실 직원들이 감찰을 위한 비밀근무를 할 때 쓰는 경비도 특활비로 쓰인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에도 특활비가 사용된다. 과거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해외 순방을 나가면 해당국에 로비 등의 차원에서 현금을 건네야 할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특활비가 사용된다”고 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대통령이 청와대 예산으로 책정된 특활비를 쓰는 것이 아니라, 국정원 특활비를 전용해 쌈짓돈처럼 쓰는 것이다. 특활비 문제는 언제나 야당에서 제기해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 야당인 한나라당은 “대통령 특활비 규모가 너무 크고 쌈짓돈처럼 쓰이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당시 청와대는 “관련 규정에 따라 정당하게 편성해 정확하게 집행하고 있고, 특활비의 경비 성격상 지출 내역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민주당에서 특활비 예산 편성 및 지출을 투명하게 해야하고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정원 특활비 청와대 상납은 일종의 관행이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특활비의 대부분은 직원들 활동비나 수당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대통령의 특활비가 모자란다”며 “어느 정부나 국정원과 상의해 국정원의 특활비를 일부 받아다 쓴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현 여권 인사들은 “국정원 특활비 상납 관행은 말도 안 된다”고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앞서 “참여정부에서는 국가정보기관이 정권유지 또는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대통령에 대한 국정원장의 정례적인 독대보고조차 받지 않았다”며 “(관행이라는 것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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