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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자료유출에 발표직전 매매까지…정부 가상화폐 대책 신뢰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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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발표 앞두고 금감원 직원은 매도, 관세청 직원은 보도자료 유출

'거래소 폐쇄' 둘러싼 부처간 혼선까지…국회서 관련 의혹 질타

연합뉴스

금감원 직원, 정부대책 발표 전 가상화폐 매매 논란 (PG)
[제작 조혜인] 일러스트, 합성사진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혼선을 거듭한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이 신뢰도의 위기를 맞았다. 보도자료 사전 유출에 이어 대책발표 전 실무 담당자의 매매 정황까지 포착된 것이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에 파견 근무 중인 금감원 직원 A씨는 지난달 11일 보유 중이던 가상화폐를 매도했다. 7월부터 10여차례의 매수·매도를 거쳐 1천300여만원을 투자, 700여만 원을 남겼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A씨의 근무 부서는 국무조정실에서 각 부처의 의견을 조율해 가상화폐 대책을 수립·발표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정부 대책과 관련한 정보에 미리 접근할 수 있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A씨가 가상화폐를 팔고 난 이튿날 최흥식 금감원장은 임직원들에게 가상화폐 거래를 자제하라고 당부했고, 이틀 뒤인 13일에는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대책이 발표됐다.

당시 국무조정실은 관계부처 회의를 거쳐 미성년자·외국인 계좌 개설 금지, 금융기관의 가상화폐 보유·매입 금지, 가상화폐 이익에 대한 과세 여부 검토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해당 직원은 금감원 감찰 조사에서 "정부의 대책발표 내용을 모르고 매도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매도에 앞서 같은날 매수도 한 만큼, 정부 대책을 몰랐다는 자신의 진술이 뒷받침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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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A씨의 매매 행위가 직무와 관련됐는지 조사 중이다. 직무 수행 중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자산을 불리면 처벌하는 임직원 윤리 강령에 따라서다.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강경 규제 드라이브를 거는 이면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만큼 투자자들의 반발은 물론 정부 대책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가 가상화폐를 매매한 지 이틀 뒤인 13일에는 정부의 대책 보도자료 초안이 유출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정부는 당시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고, 논의 내용을 반영한 보도자료를 오후 2시 36분께 이메일로 발송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부터 보도자료 초안을 촬영한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가상화폐 투자자 커뮤니티 등에 나돌았다. 기획재정부 담당 사무관이 관세청 사무관에 이를 보냈고, 여러차례 거듭된 전달을 거쳐 외부에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관세청은 이와 관련, 초안 사진의 전파 단계마다 연관된 직원들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당사자들의 해명에 따라 도덕적 해이나 일부 직원의 일탈 행위로 치부될 수 있는 사안과 별개로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 자체가 혼선을 빚고 있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된다.

대표적인 게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신년 기자회견이다. 박 장관이 지난 11일 거래소 폐쇄 방침을 밝히자 가상화폐 가격이 곤두박질쳤고,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청와대가 뒤늦게 "확정된 게 아니다"고 진화하는 일이 빚어졌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의 발언이 과연 부처 간 조율이나 청와대와의 교감 없이 불쑥 나왔겠느냐는 의혹 어린 시선은 거둬지지 않았다.

가상화폐를 '제2의 바다이야기'로 여겨 일단 막고 보자는 강경론이 득세했지만, 정부의 대처가 세련되지 못한 탓에 엇박자만 노출했다는 질책이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도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은 "대응방식이 너무 급했고 종합적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은 "정부의 정책은 총체적으로 인식이 잘못됐고 갈팡질팡한다"면서 "안절부절못하면서 대책으로 내세운 것들도 정치적 대증요법"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규제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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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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