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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국 박항서 감독, ‘베트남의 히딩크’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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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처음으로 AFC U-23 '8강 진출'

한국일보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8강 소식을 1면 뉴스로 전하고 있는 베트남 현지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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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축구가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8강에 처음 오르면서 베트남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박항서 감독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불과 3개월 전 감독 선임 소식에 반신반의하던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지고, 곳곳에서 박 감독에 대한 찬사가 잇따르고 있다. 응우옌 쑤언 푹 총리가 축전을 띄울 정도고, 대표팀에는 두둑한 보너스가 주어질 정도다.

18일 베트남 언론들은 일제히 전날 중국에서 치러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D조 3차전 결과를 전했다. 베트남 대표팀이 대 시리아 전을 0대0 무승부로 마치고 8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는 소식이다. 아시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AFC U-23 대회에서 베트남이 8강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동남아에서도 보기 드문 성적이다.

베트남은 앞서 14일 치러진 호주와의 경기에서 1대0으로 이겨, 8강행 가능성을 높인 바 있다. 호주와의 경기에서 베트남이 이긴 것은 2014년 아시아 U-19대회 이후 4년만인데, 당시 뛰었던 르엉 쑤언 쯔엉, 응우옌 콩 푸엉 등 주력 선수들이 이번에도 게임을 리드했다. 축구팬 팜 유이 황씨는 “박 감독은 어떤 면에서 운이 좋다”고 말했다. 전직 감독들이 키운 선수들이 이제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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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U-19 챔피언십, 베트남-호주 경기에서 베트남 팀이 1대0으로 승리한 뒤 콩 푸엉(오른쪽) 선수가 두 팔을 펼친 재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는 모습. VN익스프레스 캡쳐


베트남 역사에 남을 첫 8강 진출로 박항서 감독은 국민적 영웅 반열에 오를 조짐이다. 응우옌 쑤언 푹 총리는 박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보낸 축전에서 “베트남 정부를 대표해 팀과 특히 한국인 박항서 감독에게 축하를 드린다”며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로 대표팀은 축구협회(6만3,000달러), 문화체육관광부(9,000달러)으로부터 총 7만2,000달러(약 7,700만원)의 보너스도 받는다고 현지 일간지들은 전했다.

축구팬 짠 쿽 빙씨는 “베트남에도 드디어 이런 날이 왔다. 이런 기쁨을 맛보게 해준 박 감독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히엔씨는 “8강 진입은 예상치 못했던 결과”라며 “베트남 선수들의 전력은 호주, 시리아의 것보다 못했지만 박 감독이 빚은 특유의 팀워크로 이전의 다른 감독들이 만들지 못한 것을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베트남 스포츠 전문 채널인 ‘VTV6’은 시리아와의 경기를 계속 재방송하고 있다. 박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 10월 초 ‘외국인 감독 중 베트남에서 성공한 예가 없다’며 박 감독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열성적인 축구팬들이 많다 보니 베트남은 축구 감독들이 자주 바뀌기로 유명하다. 특히 외국인 감독들에게는 ‘무덤’으로 불린다. 1991년 이후 지금까지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일본, 독일, 브라질 등에서 26명(재선임 포함)의 감독이 스쳐 갔다. 평균 1년에 한번씩 감독이 교체된 셈이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인 박 감독은 27번째 감독이다.

베트남 축구 대표팀의 선전에 한국인이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다른 종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축구 외에도 사격, 펜싱, 양궁, 태권도, 유도, 레슬링 등 총 7개 종목의 국가대표팀을 한국인 감독이 이끌고 있다. 박창건 베트남 사격 국가대표팀 감독은 “축구팀 선전으로 다른 종목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의 스포츠 분야에도 지원을 한다면 스포츠 한류는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2016년 리우 올림픽 사격에서 베트남에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바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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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이 선수들과 훈련을 하고 있다. 베트남 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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