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고흐 그림·비틀스 노래…AI, 창작영역까지 `침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AI가 몰고올 직업 대변혁 ① ◆

매일경제

지난달 14일 100여 명의 예술인들이 서울시청 대회의실에 모여들었다. 주제는 '기술혁신시대의 예술'이었다. 어느 순간 예술 영역마저 위협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미래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예술인들 간 격론이 벌어졌다. "순수예술은 언제나 인간의 영역"이라며 "로봇이 '백조의 호수' 공연을 하는 건 아무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낙관론과 "예술의 소비 형태 자체가 완전히 뒤바뀔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팽히 맞섰다.

사실 로봇이 인간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오랜 전망 속에서도 예술 분야만큼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한동안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예술가들조차 미래 기술로부터 일자리를 더 이상 지켜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AI는 직업의 지도를 통째로 바꾸고 있다. 단순 기술직이나 변호사, 펀드매니저 같은 전문직 일자리를 단순히 위협하는 방식이 아니다. 감성과 창의력, 프로그래밍 이해도를 갖춰 AI를 지배할 수 있는 고급인력을 정점으로 직업군이 재편성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실제로 국내 음반제작사 엔터아츠와 영국 음악 AI 회사인 주크덱은 세계 최초 인공지능 음반 레이블 'A.I.M'을 출범시킨다고 17일 밝혔다. AI가 인간이 요구하는 장르와 분위기의 음악을 작곡하면 인간 작곡가들이 특유의 감성을 입혀 음반을 만드는 방식이다. 창조예술 영역에서 인공지능과 인간이 협업(컬래버레이션)한 사례다.

유민준 뉴욕대 음악대 연구원은 "예술 분야는 당장 수익 창출이 쉽지 않아 아직은 여러 실험들만 등장하고 있지만 세부 연구 영역은 이미 혁신에 응용하기 시작했다"며 "AI를 활용하면서 인간 특유의 창의적 영감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미학의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도 AI의 일종인 머신러닝(컴퓨터가 스스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으로 1000여 가지 악기와 30만여 가지 음이 담긴 데이터베이스를 학습하도록 한 뒤 새로운 음악을 작곡했다. 소니 역시 같은 해 자체 개발 AI '플로머신즈'가 작곡한 비틀스 등 유명 가수 스타일 음악 2곡을 공개했다.

미술 분야는 이미 기술이 상당히 진화한 상태다. 구글이 2016년 3월 고흐의 화풍을 학습한 인공지능 '딥드림'의 작품을 발표한 데 이어 같은 해 4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네덜란드 연구진의 AI '넥스트 렘브란트'가 렘브란트의 작품 346점을 학습해 그려낸 그림을 공개했다.

범인 검거나 여죄 추궁 같은 경찰 업무도 AI와 협업할 수 있는 인력과 그렇지 않은 단순 인력으로 양극화될 전망이다. 17일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앞으로 경찰 수사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적용돼 숨어 있는 여죄까지 캐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수사관이 피의자의 여죄 추적을 위해 범행수법과 유사한 기존 사례를 일일이 검토하던 것을 앞으로는 인공지능 기계학습을 통해 신속하게 찾아낼 수 있도록 개선한 것이다.

언어의 장벽도 AI를 중심으로 무너지고 있다. 통·번역가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구글이 공개한 실시간 번역 무선 이어폰 '픽셀 버드'가 대표적이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40개 언어 간 번역을 제공하는 이 제품은 소리 인식 AI를 활용한 서비스다. 전문가들은 이런 형태의 서비스가 대중화되면 통·번역가 등 다수 직업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히려 이를 개발하는 프로그래머들이 각광받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임형준 기자 / 박재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