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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강남 집값 잡기 ‘보유세 인상’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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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동산 ‘보유세 중과안’ 5개월 당겨 3월 안에 발표 추진

김동연 “조세 형평성 고려 타당”…여당도 세제 개혁안 검토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강화안 발표 시기를 당초 예정했던 오는 8월에서 3월 안으로 대폭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제히 보유세 강화 방침을 언급하는 등 최근 서울 강남권 부동산 급등에 따른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당정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6일 “고가 주택 소유자나 다주택자들에 대한 보유세 중과 방안을 두고 로펌 5곳에 위헌 여부 검토를 의뢰한 결과, 위헌 소지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정부의 보유세 인상 방안은 검토가 마무리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8월쯤 보유세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서 있었지만 최근 시장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3월 안으로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가을 정기국회 이전 세법 개정안을 통해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이나 세율 조정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돼왔다. 하지만 연초부터 강남권 집값 상승 랠리가 나타나면서 서울 다른 지역과 수도권으로 번질 가능성이 우려되자 보유세 인상 카드를 조기에 꺼내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지난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57% 올랐다. 이는 지난해 ‘8·2 부동산대책’ 발표 직전인 7월 말 상승폭과 같다. 일주일 새 송파와 강남, 서초, 강동 등 이른바 ‘강남 4구’ 집값은 각각 1.19%, 1.03%, 0.73%, 0.68%나 올랐다. 정부는 치솟는 강남 집값의 원인을 투기수요 탓으로 보고 있다.

수차례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 안정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 정부 내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통해 투기수요를 차단하려 했으나 주택 구입자들이 현금 뭉치를 들고 오는 등 풍부한 유동성을 간과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보유세 강화와 지난해 말 발표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양대 축”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는 4월부터 다주택자들의 미등록 임대주택을 찾아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2019년부터는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과세가 예정돼 있다.

당초 청와대는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때 보유세 강화와 관련된 답변을 준비했으나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 않으면서 입장 표명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정부 안팎에서는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세법 개정에 앞서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등의 카드를 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이나 30년인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기대했던 만큼 효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유세 인상의 핵심은 집이 여러 채 있거나 일정 금액 이상의 비싼 집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내는 종합부동산세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로 모아진다. 일각에서는 설 연휴 전으로 보유세 강화 방안 발표 시기를 더 앞당기거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이달 안으로 선출되면 우선 대략적 방향을 밝힐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동연 부총리도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조세 형평성을 고려해 보유세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유세가 거래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면에서 인상 타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마지막 카드로 거론돼왔던 보유세 인상에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은 강남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종부세를 강화하는 한편 초과다 부동산 소유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지대개혁 로드맵과 세제 및 임대차 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과다 주택자의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이라며 “임대사업자를 등록시켜 투명하고 적절한 과세 방안을 찾고, 임차인 보호 방안도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값이 10억원으로 뛰었다면 그것은 개인 능력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생산된 가치인 만큼 그것을 지불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보유세는 적정 지불능력을 가진 사람이 집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보유세 인상은 소득 형평성 차원에서 필요하며 불평등의 핵심인 자산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성희·이효상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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