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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저축은행 문턱도 높네"…저신용자의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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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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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최고이자율 인하 등의 여파로 저축은행의 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과 고금리 대출에 대한 당국 규제가 오히려 금융 소외계층을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16일 매일경제신문이 나이스평가정보를 통해 확보한 최근 3년간 저축은행 차주 신용등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 대출을 이용한 사람 중 저신용등급(7~10등급) 비중은 2014년 1월 70.2%에서 지난해 10월 49.8%로 급감했다. 불과 3년여 만에 20%포인트 이상이 증발한 것이다. 실제 이 기간 저축은행의 전체 대출 이용자는 118만여 명에서 143만여 명으로 늘어난 반면 7~10등급 차주는 83만5727명에서 73만9422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 차주들의 평균 신용등급은 7.4등급에서 6.8등급으로 0.6등급 올랐다. 신용도가 낮거나 담보가 없어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취약 차주들이 배제된 셈이다.

이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맞닥뜨린 저축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를 걱정해 저소득·저신용 소비자 대상 대출을 줄인 결과다. 최고이자율은 2002년 대부업법 도입 당시 66%에 달했지만 2007년 49%, 2010년 44%, 2011년 6월 39%, 2014년 4월 34.9%, 2016년 3월 27.9% 등으로 꾸준히 내려갔다. 오는 2월 8일부터는 24%로 한 차례 더 인하된다.

이에 저축은행들은 마진을 남기기 위해 대출심사를 갈수록 까다롭게 바꿨다. 고금리 영업이 허용됐던 과거에는 저신용자에게 대출해주는 위험 부담을 안으면서 30~40%의 고금리를 적용했다면 이제는 더 이상 고금리를 동원한 비용 충당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국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조달금리 상승에 최고금리 인하까지 맞물리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우량 차주를 대상으로 수익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당국이 업계에 내린 '가계대출 총량규제' 지침도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낳았다. 금융당국은 앞서 지난해 3월께 국내 저축은행 경영진을 소집해 "각 업체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상반기 5.1%, 하반기 5.4%를 넘지 않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불어나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잡겠다며 대출 총량을 정한 셈이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 요구에 맞추려다 보니 상환 리스크가 큰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먼저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서민들이 찾을 수 있는 대안은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형성하고 있는 대부업체들이다. 하지만 대부업체 역시 최고금리 인하라는 같은 규제를 받고 있는 만큼 여기서도 서민층을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은 살인적인 고금리와 불법 추심이 횡행하는 불법 사금융으로 흘러 들어갈 위험이 크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에 돈을 빌리러 오는 사람은 말 그대로 급하게 융통할 돈이 필요한 경우"라며 "그 수요를 해소해주지 않는 한 금리 인하는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최고금리가 24%로 인하되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는 저신용자가 최소 34만8000명에서 최대 16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신용등급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신용평가 시스템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절실하다. 정희수 KEB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민간에 맡기기보다는 정부가 서민 정책자금이나 복지 재원을 늘려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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