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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1987년 거리에서, 30년 후 국회에서 개헌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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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300티타임]1987년 전대협 1기 의장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머니투데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동훈 기자



영화 '1987'에서 이한열(강동원 분)은 '이런다고 세상이 바뀌냐'는 후배 질문에도 한 치 의심 없이 거리로 나간다. 독재에 분노한 많은 '이한열'이 그렇게 거리로 뛰쳐나갔다. 거리에 섰다 스러져간 박종철·이한열의 기억을 공유한 채 그 때 젊은이들은 50대가 됐다. 국회의 주류도 그들이다. 거리에서 다 못 바꾼 세상을 바꾸자는 생각에 제도권 정치로 들어온 이들이다.

그중 대표선수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신촌 백양로에서 연세대 학생 이한열이 쓰러진 1987년 6월, 이 의원은 고려대 총학생회장이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전신인 서울지역대학생대표자협의회(서대협) 의장으로 거리에 나섰다 옥고를 치렀다. 스물세 살 이인영을 비롯한 이들의 외침은 대통령 직선제로의 개헌이었다. 거리 위 시민들이 외침은 결국 같은 달 6·29 선언으로 받아들여져 군부 독재 하의 헌법을 바꿔냈다.

30년 후 3선 국회의원이 된 50대 이인영은 국회에서 또다시 '개헌'을 부르짖고 있다. 그는 지난해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 민주당 간사를 맡았다. 1987년의 광장과 2018년의 국회에 대해 이 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실 영화 '1987'을 보지 않으려 했다. 아내가 보자고 해서 한 번 봤다. 우리 세대로서는 그 영화를 보는 것이 쉽지 않다. 실제로 죽은 사람들이 있으니 어렵다. 죽음이 서린 역사를 영화가 왜곡하지 않고 제대로 살려낼 수 있을지 두려웠다. 김근태 선배(전 열린우리당 의장) 얘기를 다룬 영화 '남영동 1985'도 세 번에 나눠 간신히 봤다. 영화 '1987'은 다행히 잘 만들어졌더라.

1987년 6월, "세상은 바뀌었다". 영화에서 연희(김태리 분)는 "이런다고 세상이 바뀌냐"고 했지만 요즘 세대가 촛불에서 정의로운 시민을 봤다면, 우리 세대는 그 때도 대중이 일어나며 세상이 바뀌는 것을 봤다. 서로 다른 시민들의 서로 다른 파편들이 모여 6월 항쟁이 된 것이라 생각한다.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사회가 바뀌는 것을 만들고 보고 한 것이다.

1987년의 한계는 개헌을 정치권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6월 항쟁에서 승리해 호헌 철폐는 타도했지만 개헌 과정에서는 구경꾼이 됐다. 그래서 87년 헌법에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매우 최소화됐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과 △지방자치 부활 △언론의 자유 확대 △헌법재판소 제도 도입 등을 제외하면 엄청난 각계각층의 민주화 열망이 각 분야에 걸쳐 온전히 담겼다고 하기 어렵다.

이제는 투표만 잘 해도 세상이 바뀐다. 30년 전 시민은 체제 밖에서의 혁명을 원했고 지금은 점진적 변화를 원한다고 본다. 그 때는 선거조차 독재와 통제의 영역에서 부정했다면 이제는 선거가 의미를 갖는다. 촛불에서도 200만명 넘는 사람들이 청와대로 돌을 안 던지고 평화롭게 새 질서를 세워냈다. 그것을 존중하는 것이 개헌이다. 투표와 선거, 개헌으로 바꿔가야 한다.

개헌에서 국민의 주권과 기본권 신장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촛불이 요구한 1번이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왔는데 그게 안 됐다. 국민의 사회경제적 요구와 경제민주주의를 확실히 진척시키는 것, 자치분권을 확대하는 것 등도 국민 삶을 바꾸는 것이라 굉장히 중요하다. 과도하게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민주적으로 균형하고 견제하는 장치를 잘 만드는 정부 형태로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아이러니하다고 느낀다. 30년 전에는 항쟁을 주도했지만 실제 개헌에서 구경꾼이었다면 지금은 개헌특위 간사로서 개헌 과정을 제가 주도하고 있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나 역시 또 하나의 정치권일 것이다. 그래서 국민이 어떻게 개헌에서 승리하고 주도할 수 있느냐가 저로서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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