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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더,오래 인생샷] 한 반서 결혼 세 쌍 나온 시골 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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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개띠, 내 인생의 다섯컷 ② 이재술
한국 사회에서 '58년 개띠'는 특별합니다. 신생아 100만명 시대 태어나 늘 경쟁에 내몰렸습니다. 고교 입시 때 평준화, 30살에 88올림픽, 40살에 외환위기, 50살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고도성장의 단맛도 봤지만, 저성장의 함정도 헤쳐왔습니다. 이제 환갑을 맞아 인생 2막을 여는 58년 개띠. 그들의 오래된 사진첩 속 빛바랜 인생 샷을 통해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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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남3녀 중 막내다. 올해로 100세인 어머니가 마흔의 나이에 나를 낳으셨다. 6남매는 2~3살 터울로 태어나 북적이며 자랐다. 나는 막내인데다 개 띠인 탓인지 장난기 많고 무척 개구쟁이였다.

사진은 아마 내가 국민학교 1학년 때로 기억한다. 경북 칠곡군 약목면에 있는 집 앞에서 찍었다. 사진 왼쪽은 세 살 터울의 바로 위 누이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초가지붕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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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이던 1975년 4월 구미에 있는 금오산으로 봄소풍 가서 찍은 사진이다. 소풍날엔 검은 교복 대신 교련복을 입었다. 나는 약목고등학교 2회 졸업생이다. 신설 학교라 학생 수가 적었는데 한 학년에 남녀 통틀어 한 학급만 있었다.

학생 수가 적다 보니 당시에 보기 힘들었던 남녀 합반이었는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여학생들이 많았다. 3년 동안 한 학급에서 공부하고 같은 지역에서 살다 보니 이 학급에서 무려 세 쌍이나 결혼했다. 올해 환갑을 맞아 3월에 이들 중 12명과 베트남 다낭으로 환갑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사진에서는 오른쪽 맨 뒷줄 두 번째 까까머리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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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으로 기억한다. 서 있는 사람 기준으로 좌측에서 3,4번째 위치한 분들이 어머니, 아버지다. 지금은 구경하기 힘든 멍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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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있는 계명전문대 관광과를 졸업한 뒤 1983년에 약목 고교 앞에서 '구상 레코드사'를 운영했다. 이름은 레코드사지만 카메라 대여도 하고 사진 인화도 하고 LP판이며 카세트테이프 등을 팔았다. 25살 총각 시절이었는데 온 동네 친구들이 모이는 아지트 공간이 돼버렸다. 8개월 정도 운영하다가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문을 닫고 무작정 상경했다.

삼성에서 26년간 근무 후 퇴직한 뒤 일산에 '와인&아날로드 와인바'를 운영했는데 이번에도 잘 안돼서 2년 만에 문 닫았다. 2016년부터 다시 출근하기 시작한 서원밸리컨트리클럽에서 퇴직하게 되면 진짜 제대로 된 와인과 LP 음악이 함께하는 낭만 와인바를 운영하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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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호텔신라 라폰타나 이태리 레스토랑 바에서. 혹시 '1865와인'의 ‘18홀에 65타 치기’라는 와인 스토리를 아는가. 2004년 내가 골프클럽에서 일할 때였다. 당시 호텔신라 허태학 사장께서 골프 라운딩을 올 때 라운딩 전에 꼭 디캔팅을 해 놓으라고 주문했다.

나는 안양이 18홀임을 착안해 디캔팅 후 펜으로 ‘18홀에 65타 치기’라고 적어 놓았다. 라운딩 후 허 사장께서 '말이 되는 재미있는 문구'라고 한 것을 계기로 그 일행들에게 전해졌고 외부에도 알려지게 됐다.

돌이켜보면 우리 세대는 운이 좋았던 듯하다. 경북 시골의 깡촌에서 태어나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와인과 인연을 맺어 국내 최고 호텔의 소믈리에가 되는 꿈도 이뤘다. 요즘 모든 게 정신 없이 돌아가고 있지만 옛날 초가지붕 아래 살았던 정겨웠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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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대한민국 현대사와 궤를 함께한 58년 개띠 여러분의 앨범 속 사진을 기다립니다.

응모해주신 사진과 사연은 중앙일보 [더,오래] 지면과 온라인 홈페이지에 게재됩니다. 독자의 호응이 컸거나 공유·공감·댓글이 많았던 응모작 4편은 각 50만원의 상금도 드립니다.

응모 대상: 58년생(본인은 물론 가족·지인 응모도 가능)

응모 기간: 2018년 1월 31일까지

보낼 곳: theore@joongang.co.kr

보낼 내용

①자기소개와 현재 프로필 사진

②추억 속 5장의 사진과 사진에 얽힌 사연(각 300자 이상)

※사진은 휴대폰이나 스캐너로 복사한 이미지 파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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