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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대전을 사랑해 ‘대전맥주’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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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맥주공장 ‘더랜치브루잉’ 운영 프랑스인 휘센 대표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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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에 대전의 정체성을 담고 싶었어요. 대전맥주가 시민들의 자부심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게 목표예요.”

수제맥주 열풍을 타고 다양한 지역맥주들이 등장하고 있다. 강서맥주, 해운대맥주, 달서맥주, 전라맥주 등이 모두 각 지역의 지명을 딴 맥주들이다. 애호가들에게는 저마다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닌 지역맥주들을 찾아 맛보는 것이 색다른 재미가 됐다.

대전에서도 지난해 지역맥주가 출시됐다. 대전의 한글식 지명인 ‘한밭’을 영어로 표기한 ‘빅필드’(Big Field) 맥주다.

다양한 지역맥주들 속에서 대전맥주 빅필드가 특히 눈길을 끄는 이유는 이 맥주를 만드는 주인공 때문이다. 대전 서구 정림동에서 수제맥주 공장 ‘더랜치브루잉’을 운영하는 프레데릭 휘센 대표(38)는 프랑스 국적의 외국인이다. 프랑스의 작은 도시 출신인 그는 2004년 대전에 왔다. 물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카이스트(KAIST)에 온 유학생이었다. 프랑스에서 한국인 유학생들을 통해 한국 음식과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한국에 온 계기가 됐다. 유학 올 때만 해도 “2년만 한국에서 살아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대전에서 만난 한국인 아내가 그의 인생을 바꿔놨다. 결혼 당시 아내는 수제맥주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물리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그 역시 엉뚱하게도 맥주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휘센 대표는 “워낙 맥주를 좋아해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며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어 수제맥주 공장에서 3~4년 일을 배우다 나만의 맥주를 만들어보려고 공장을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그가 수제맥주 공장을 열어 가장 먼저 만든 맥주가 바로 빅필드다. 휘센 대표는 “대전은 편안하고 아름다운 도시다. 특히 도심을 가로지르는 갑천이 너무 아름답다”며 “이 아름다운 도시의 정체성을 담고 상징할 수 있는 맥주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한화 이글스를 좋아하는 야구팬”이라고 소개하는 것만 봐도 대전은 그에게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휘센 대표는 맥주를 만드는 철학과 자긍심도 남다르다. 그는 물리학도 출신답게 “맥주 제조는 과학”이라고 말한다. 휘센 대표는 “수제맥주를 만들 때는 무엇보다 같은 맛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 안에 다양한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고 했다. 휘센 대표는 지역적 정체성도 강조했다. 그는 “대구에 가면 대구맥주 먹고, 부산 가면 부산맥주를 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국 사람이 많이 마시는 막걸리 맛이 다 다르듯 맥주 맛도 다 다르고, 동네 공장에서 만든 맥주를 마셔야 가장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대전과 크기가 비슷한 미국 샌디에이고는 120개 이상의 브루어리(맥주공장)가 있고, 많은 관광객이 맥주투어를 간다”며 “단순히 맥주를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 브루어리를 지역의 명소로 만들어 하나의 관광·문화 자원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다. 그래야 지역과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휘센 대표가 공장이 있는 동네 이름을 따 ‘정림 페일에일’이라는 맥주를 만들고 있는 것도 이런 생각 때문이다. 현재 그가 만들고 있는 10종의 수제맥주는 서울·경기·강원 등 전국에 있는 50여곳의 수제맥주 전문점에 판매되고 있다.

<글·사진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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