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대란’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이 페북에 접속하면 먹통이 되거나 속도가 느려졌던 사태를 말한다. 망사용료 지급을 두고 통신사와 갈등을 겪던 페북이 이들 통신 가입자의 페북 접속경로(라우팅)를 일방적으로 변경한 탓이다. 망 사용료 관련해 통신사들과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용자들을 협상 도구로 삼은 셈. 이는 해마다 망 이용료로 수백억원을 내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들과 역차별 문제로 번지면서 지난해 국정감사장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페북이 직접 본사의 거물급 인사를 파견한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제라도 낼 돈은 내고 정정당당히 경쟁을 펼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마틴 수석 부사장은 망 사용료 협상에 적극 임하고 2019년 한국 매출에 대해서도 적합한 세금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페북은 세율이 낮은 국가로 매출을 돌려 법인세를 줄이는 꼼수를 부리는 기업으로 구글과 함께 국제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던 곳이다.
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구글로 향하고 있다. 구글 유튜브는 네이버, 카카오를 제치고 국내 동영상 시장의 80%를 장악했다. 네트워크 트래픽도 네이버의 10배에 달한다. 하지만 구글이 국내 통신사에 내는 망 이용료는 ‘새발의 피’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플레이스토어와 검색광고 등을 합쳐 한국에서 연간 1조원 이상 벌어 가지만 한국 정부에 내는 세금도 오리무중이다. 글로벌 정책이라는 이유로, 또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모르쇠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구글이 주저하는 사이 실리 콘밸리 아우인 페북이 먼저 나섰다. 구글도 인터넷 업계 맏형으로써 책임과 용기를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이해인 기자 hi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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