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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차 시트로 만든 백팩에 해외주문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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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착용해 화제…백팩기업 모어댄 최이현 대표

매일경제
이는 환경 폐기물로 버려지는 폐차 시트를 재활용해 백팩을 만드는 모어댄 최이현 대표 사무실을 밝히는 문구다. 핑크빛 LED조명으로 만들어진 이 문구는 요즘 모어댄의 발랄한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환경을 보호하는 철학을 담은 '착한 제품'에 대중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벌던 기업이 연 매출 4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이 올겨울 유럽여행 중 모어댄 가방 '엘카 백팩'을 착용한 것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외 주문도 날개를 달았다. 협찬 제품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단종된 제품이었기에 최이현 대표도 "그저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국외 주문을 받기 위해 만들어놓은 홈페이지가 있었는데 그날 이후 전 세계 수많은 언어로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했다"며 "한 달 새 주문 금액이 1만7000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최근 이 가방을 받으려면 최소 한 달은 기다려야 한다. 오는 4월엔 미국 판매법인도 설립한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 세계적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 덕을 봤기 때문에 행운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최이현 대표에게 이 모든 것은 그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는 영국 유학 시절 '자동차 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대학원 논문을 쓰면서 이미 이와 관련된 일을 창업으로 구현하고자 꾸준히 준비를 해왔다. 그리고 창업이라는 세계에 뛰어들면서 자금난과 구인난으로 쓰디쓴 맛도 볼만큼 봤다.

최 대표는 "어차피 버려질 폐기물을 공짜로 얻어와 가방을 만들어 비싸게 판다는 눈총도 있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해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어댄 가방 원재료는 폐차에서 뜯어낸 가죽시트다. 전 세계적으로 치면 연간 400만t 규모에 이르는 폐기물이다. 아무리 작은 폐차 처리 업체라도 이를 처리하기 위해 연간 1000만원씩 비용이 들어간다. 이런 가운데 이를 자발적으로 회수하겠다는 신생 회사가 나타나니 서로에게 '윈윈'이 됐다.

하지만 낡은 중고 시트를 양질의 가죽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최 대표는 수많은 실험을 직접 다 해봤다.

자동차 시트 특성상 담배와 방향제 냄새가 많이 배어 있기 때문에 이를 제거할 최적의 세척법을 찾는 데만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최 대표는 "이 과정에 직접 부딪쳐 본 경험으로 지금도 가죽 품질을 물어보면 모든 과정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가 제품에 대해 기본부터 안다는 것은 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세상의 모든 것은 유용하다'는 리사이클링 철학을 제품뿐 아니라 직원을 뽑는 데도 그대로 적용했다. 지금의 '독수리 오형제' 같은 최정예 부대는 능력은 매우 뛰어나지만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던 직원들로 구성됐다. 최 대표는 국내 굴지의 핸드백 기업에서 일하면서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미안함을 갖고 있었던 워킹맘을 뽑아서 그의 경험을 최대한 존중해주고 탄력 근무제를 적용했다.

또 최 대표는 창업사관학교 면접 과정에서 중도 탈락한 참가자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중견 페인트 기업에서 색상을 만들어내는 일을 해 본 이 탈락자에게 좋은 능력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명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수십 년간 일한 장인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최 대표는 조직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향후 탈북자들도 고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최 대표는 "창업이 성공 모델이 되기까지 SK이노베이션과 스타필드 측 지원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SK이노베이션은 모어댄 철학을 보고 2년간 1억원이라는 창업 자금을 지원해주고 필요할 때마다 컨설팅을 아끼지 않았다. 또 하남 스타필드는 젊은 창업자가 매출이 적어도 사업을 접지 않고 버텨내는 과정을 1년간 지켜보면서 또 다른 기회를 주었다. 바로 고양 스타필드 개장 때 소위 '노른자위'라고 불리는 최고의 자리를 우선적으로 내준 것이다. 또 최근에는 핫트랙스에서도 제품을 판매하고 싶다며 먼저 연락이 왔다. 최 대표는 "이러한 과정들이 모어댄 인지도와 매출이 오르는 데 큰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최 대표는 성공 비결을 이렇듯 수많은 주변인들에게 돌리면서 본인 역할은 그저 꾸준함이었다고 말한다.

"창업사관학교 등을 함께 거쳐 간 사람들을 보면 국내 최고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즐비하죠.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직장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아이템이나 기술의 기발함보다는 결국 무언가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던 노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초심을 놓치지 않으니 도움을 주는 분도 나타나고 또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어느 순간 찾아온 것 같습니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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