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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1년 125억원쯤이야' 과태료 안 무서운 불법 분양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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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광주 중흥삼거리에 내걸린 불법현수막들


뉴시스

광주 도심 분양 불법현수막


지역주택조합 난립… 수백개 현수막 내걸고 배짱 영업

"과태료 안 내면 그만" 수백억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1년 과태료만 125억원이 넘다니...'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광주에서 기초자치단체가 불법 광고 현수막을 단속해 부과한 과태료는 125억1984만원이다.

광산구 2만4384건(60억9600만원), 북구 150건(32억원), 서구 6716건(15억6185만원), 남구 6076건(14억4420만원), 동구 978건(2억1779만원)에 이른다.

지난해도 74억2390만원에 달했다.

광산구가 27억234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북구도 20억원이나 됐다. 남구(12억7112만원), 서구(10억732만원), 동구(4억4312만원)순이었다.

지난 2014년 5개 구청을 통틀어 7억666만원이었던 불법 광고 현수막 과태료는 2~3년 사이 10~17배가 늘었다.

◇급증한 불법 현수막 광고 '중심에는 지역주택조합 난립'

광주에서 불법 현수막 단속이 급증한 것은 2015년부터다.

동구 과태료 부과는 2014년 75건에서 이듬해 1444건으로 20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다른 구는 3~5배가 늘었다.

가장 큰 이유는 지역주택조합의 난립이다.

구청 담당자들은 최근 적발한 불법 현수막의 80~90% 가량이 지역주택조합의 아파트 분양 광고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광주 동구 모 지역주택조합은 분양 광고로 내건 불법 현수막 과태료가 16억원이 넘었다. 전체 불법 현수막 과태료 중 40%가 넘는 액수다.

◇손해보다 이득…못 따라가는 단속

한 해 16억원이라는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불법 광고에 나서는 이유는 분명하다. 광고로 얻는 이득이 손해보다 많기 때문이다.

구청은 불법 현수막 적발시 1건 당 최고 2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현수막을 붙여도 한 번에 최대 500만원까지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광주 곳곳에 수백 장의 현수막을 내걸어도, 처벌 가능한 것은 20장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일부 지자체가 이 같은 관행을 깨고, 상한선을 두지 않고 현수막 1장 당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각 구청의 불법 광고물 단속 인력은 5~9명에 불과하다. 이 인원이 1~2개조로 나뉘어 주말도 쉬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

불법 현수박을 수거하는 건수가 지난해 서구 28만9258개, 북구 24만7065개, 광산구 5만개에 달하는 데도 과태료 부과 건수가 10분의1 또는 2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원인 중 하나가 인력 문제 때문이다.

지난 2년 간 부과한 과태료 중 미납 금액만 86억원을 넘는다.

이 때문에 일부 구청은 옥외광고협회에 수의계약으로 돈까지 지급하며 광고물 단속을 벌이기도 했다. 다른 지자체도 불법 광고물 수거보상제를 활용하고 있다.

◇피해는 결국 소비자 몫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의 불법 현수막 광고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소비자다.

주택 건립을 위한 조합원 모집은 대부분 건설회사의 하청을 받은 분양 광고 대행사, 그 하청을 받은 또 다른 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조합원 수가 채워져 주택건설사업 계획이 승인돼야, 그에 따른 성과 수익을 받아가는 구조다. 조합원을 모집하기 위해 거짓·과장 광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거짓·과장 광고를 위해 광주 도심에 하루 수백 개씩 내걸렸다가 철거되는 현수막은 제작비와 과태료를 포함하면 1장 당 40여만에 달한다. 이 부담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실제 피해로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 북구 모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들이 건설사와 분양대행업체를 상대로 사기 등의 혐의로 고발,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는 건설사가 2년 전 317명의 조합원을 모집해 129억원을 거둬들였으나, 삽도 한 번 뜨지 않은 상태에서 2000여만원만 남아 아파트를 지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고비로만 수십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 동구 모 지역주택조합은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계약금 환불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사업이 좌초된 조합도 나오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과태료를 광고 대행 업체나 건설사가 아닌, 조합에 부과해야 한다"며 "조합 설립이 무산되면 과태료를 받아낼 곳이 없어진다. 이런 이유 등으로 과태료 부과 금액 중 절반 가량이 미납으로 남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벌 강화하고 소비자들 현명해져야"

전문가들은 특히 지역주택조합을 비롯한 불법 광고물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주택조합은 주택법에 따라 일정 지역에 6개월 이상 거주한 무주택자 등이 공동으로 주택을 건립하기 위해 결성하는 단체다.

조합원 모집 방식은 지역 일간 신문이나 지자체 홈페이지 등을 통한 공고만 가능하다. 인터넷 광고나 현수막을 통한 조합원 모집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비공개로 조합원을 모집하거나 신고 없이 조합원을 모집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구청 한 관계자는 "위험 요소와 그에 따른 피해 규모에 비해 처벌이 매우 약하다"며 "특히 의도성을 가지고, 대대적으로 불법 광고를 하는 곳의 경우 해당 건설사와 분양 대행 업체 등을 모두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소비자들의 주의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었다.

광주경실련 관계자는 "수십억을 들여 광고를 하더라도 과장 또는 허위 광고에 속지 않으면 된다. 지역주택조합 특성상 토지 확보가 안돼 있거나 인허가 불가 토지를 사업부지 대상으로 조합원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며 "계약에 앞서 관할 지자체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gugg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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