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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홍콩이 세계 1위의 '장수 도시'인 의외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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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홍콩의 인구밀도는 마카오, 모나코,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4위다. 또 홍콩은 대기오염 수준이 높은 도시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도시가 세계 1위의 장수 도시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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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세계 제1의 장수 도시다. 2016년 통계에 따르면 평균수명이 남성은 81.32세, 여성은 87.34세에 이른다.

여성의 경우 일본을 제치고 2년 연속 1위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15년 기준 장수국 순위를 봐도 1위는 홍콩, 뒤이어 일본·마카오·이탈리아·스페인 순이다.

홍콩은 면적이 작고 인구밀도가 높다. 당연히 거주공간이 협소한 데다 대기질이 좋을 리도 없다.

그런데도 홍콩 사람이 장수하는 비결은 뭘까?

일본의 중국 전문기자인 나카지마 게이(中島?)는 “같은 민족인데도 중국인보다 홍콩인이 장수하는 데에는 의외의 생활방식이 원인”이라며 웹매거진 웨지인피니티에 최근 기고문을 실었다. 다음은 주요 내용.

의식동원(醫食同源)
홍콩 사람은 한약재로 만든 음식을 매일 먹는다. 이른바 ‘의식동원(醫食同源)’이다. 몸에 좋은 음식을 의식적으로 찾아 먹는다는 얘기다. 식사로 병을 예방한다는 의식이 그만큼 강하다. 실제로 홍콩의 거리를 걷다 보면 한약방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단적인 예가 리탕(例湯·현지 광둥어로 라이통)이란 음식이다. 매일 아침 먹는 수프인데 각종 한약재를 넣고 끓인 것이다. 홍콩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 리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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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람들이 매일 아침 즐겨 먹는 수프인 리탕. [사진 위키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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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도 ‘오늘의 스프’처럼 약재를 달리 쓴 리탕을 내놓는다. 구기자 열매나 나한과, 대추, 동아, 말린 조개관자 등 제철 한약재를 주로 쓴다. 즐겨 먹는 사람들은 양이 제법 많은 데도 매일 아침 2, 3그릇씩 비운다고 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자양강장의 상징인 뱀탕이 인기다.

여름에도 몸을 생각해 찬 음식을 삼가는 것도 특징이다. 량차(?茶)라 불리는 한방차가 대표적이다. 역설적이게도 따뜻한 차를 마시면 몸 안의 열을 빼는 해독작용이 있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가격은 1잔에 10~15 홍콩달러(약 1360~2040원) 정도인데, 출·퇴근길에 서서 마시는 시민을 흔하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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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람은 더운 여름에도 량차를 마시며 몸 안의 열을 식힌다. [사진 위키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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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인이 즐겨 먹는 간식 중에는 거북 등껍질에서 채취한 콜라겐과 한약재를 섞어서 만든 젤리 형태의 구이링까오(??膏)라는 것도 있다. 피부 미용에 좋다고 알려져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홍콩 사람은 음식 재료의 신선도를 굉장히 중시한다. 가령 닭고기도 시장에서 갓 잡은 것이나 살아있는 것을 선호한다. 진공 포장된 죽은 닭고기는 인기가 없다. 그래서 상당수 홍콩인은 지에스(街市·까이시)로 불리는 전통시장에서 그날 먹을 분량의 식재료 정도만 사 간다.

‘혼밥’하는 노인이 드물다
홍콩인은 세계에서 가장 협소한 주택에 산다. 아파트에 거실로 부를 만한 공간도 찾기 힘들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한정돼 있기에 바깥 활동에 열심이다.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홍콩 노인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 집 주변 공원으로 나가 운동을 한다.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태극권을 즐기는 모습은 홍콩의 아침 풍경이기도 하다.

운동을 마치면 곧바로 인차(?茶) 시간이다. 슈마이나 새우만두를 차와 함께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광둥 지역의 독특한 식문화다. 노인들은 가족 자랑 등 시시콜콜한 내용을 서로 큰 소리로 떠들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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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한 식당에서 노인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다. [사진 홍콩마이크 캡처]


시장을 보러 가는 것도 노인들의 건강을 이롭게 한다. 경사면에 지은 아파트들이 꽤 많아서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것만 해도 운동량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홍콩 노인들은 나 홀로 식사를 적게 하는 편이다. 특히 주말에는 자녀들이 한데 모여 가족 회식을 연다. 홍콩의 어느 식당을 가건 기념일이 아닌데도 10명 이상의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는 모습이 흔하다.

집이 좁아 자녀들이 한집에 살지는 않지만, 출가해도 보통 지근거리에 집을 마련한다. 주말에 부모와 식사를 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생성된 문화인 것이다.

이처럼 홍콩의 노인들은 ‘적당한 운동’과 ‘커뮤니케이션’, ‘스트레스 발산’, ‘커뮤니티’ 등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인차'할 용돈을 준다
홍콩의 평균수명은 1997년 중국 반환 무렵만 해도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 그해 평균수명은 남성이 76세, 여성 81세로 2016년과 비교하면 5살 정도 낮다.

홍콩 정부는 2000년부터 건강촉진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노인을 위한 운동시설과 문화센터 확충에 나서는 한편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장자 카드’ 제도를 마련했다.

이 카드를 받은 사람은 매달 2490 홍콩달러(약 33만9000원) 노인 생활수당을 받는다. 인차를 즐기기에 부족하지 않은 정도의 금액이다. 정부가 주는 일종의 ‘용돈’ 개념인 셈이다. 자산이 너무 많지만 않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또 정부는 노인들에게 연간 2000 홍콩달러(약 27만원)의 ‘의료 티켓’도 배포한다. 75세 이상 저소득 노인은 무상 의료다. 홍콩의 의료 수준은 높은 편인 데다, 한약재 음용이 일상화돼 있어 노인 건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노인들은 공공주택의 우선 입주 권한, 임대료 보조 등의 지원도 받는다. 이런 복지 혜택이 홍콩인의 수명을 늘린 요소로 평가된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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