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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만물상] '해피이니데이'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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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그룹 동방신기는 애초에 5명이었다. 이 중 3명이 2010년 소속 기획사 전속 계약이 불공정하다며 JYJ라는 그룹으로 독립했다. 그러나 기획사 방해 때문인지 지상파 방송에는 좀체 나가지 못했다. 그러자 JYJ 팬클럽 연합은 2011년 3월 서울 지하철역 21곳에 '지상파행 급행열차를 타라'는 내용의 응원 광고를 실었다. 그해 5월에는 소녀시대 팬들이 성년을 맞은 멤버 서현을 위해 지하철 서현역에 축하 광고를 걸었다.

▶아이돌 스타 팬클럽이 돈을 모아 지하철 광고를 내기 시작한 게 이 무렵부터일 것이다. 요즘은 젊은이들이 많이 오가는 역에 상시적으로 이런 광고가 걸린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아이돌 팬클럽들 광고가 작년 1038건이었다. 2016년 400여 건이었으니 해마다 두 배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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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클럽은 스타 공연을 함께 보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무기로 '우리가 직접 키우겠다'는 형태로 바뀌어갔다. 정치권에도 '노사모' '박사모' 같은 팬클럽이 만들어졌다. 정치인에게는 큰 힘이지만 때론 지나친 행동으로 짐도 된다.

▶문재인 대통령 생일(1월 24일)을 보름 앞두고 지지자들이 서울 지하철 역에 축하 광고를 내걸었다. '문 대통령을 응원하는 여성들'이라며 'moon_rise_day'라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추진했다. 광화문·고속터미널 등 10개 서울 지하철 역에 한 달 동안 한다고 한다. 광화문 광고물에 적힌 게시자명은 '열대과일 애호가모임'이었다. 비용은 1300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 이 광고에 거부감을 느낀 사람들도 있었던 모양이다. 주최 측 스스로 11일 "서울 메트로 측에 이 광고를 내려달라는 취지의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며 지지자들 전화를 독려했다. 그러자 12일 오후에는 "내리라는 민원이 100여 건, 그냥 두라는 요구가 1900건 정도 된다"고 공사 측이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광고물 심의 규정에는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제한한다'는 조항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물어보고 광고를 내보내기로 했을 것이다. 광고에 대해 여권(與圈) 내에서도 "괜한 '우상화' 논란 빌미 같은 걸 낳을 수 있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도심에 대통령·총리 생일 축하 광고가 걸리는 나라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독재 시대를 거친 우리에게도 생소한 것은 사실이다.

[권대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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