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스타 팬클럽이 돈을 모아 지하철 광고를 내기 시작한 게 이 무렵부터일 것이다. 요즘은 젊은이들이 많이 오가는 역에 상시적으로 이런 광고가 걸린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아이돌 팬클럽들 광고가 작년 1038건이었다. 2016년 400여 건이었으니 해마다 두 배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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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클럽은 스타 공연을 함께 보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무기로 '우리가 직접 키우겠다'는 형태로 바뀌어갔다. 정치권에도 '노사모' '박사모' 같은 팬클럽이 만들어졌다. 정치인에게는 큰 힘이지만 때론 지나친 행동으로 짐도 된다.
▶문재인 대통령 생일(1월 24일)을 보름 앞두고 지지자들이 서울 지하철 역에 축하 광고를 내걸었다. '문 대통령을 응원하는 여성들'이라며 'moon_rise_day'라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추진했다. 광화문·고속터미널 등 10개 서울 지하철 역에 한 달 동안 한다고 한다. 광화문 광고물에 적힌 게시자명은 '열대과일 애호가모임'이었다. 비용은 1300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 이 광고에 거부감을 느낀 사람들도 있었던 모양이다. 주최 측 스스로 11일 "서울 메트로 측에 이 광고를 내려달라는 취지의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며 지지자들 전화를 독려했다. 그러자 12일 오후에는 "내리라는 민원이 100여 건, 그냥 두라는 요구가 1900건 정도 된다"고 공사 측이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광고물 심의 규정에는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제한한다'는 조항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물어보고 광고를 내보내기로 했을 것이다. 광고에 대해 여권(與圈) 내에서도 "괜한 '우상화' 논란 빌미 같은 걸 낳을 수 있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도심에 대통령·총리 생일 축하 광고가 걸리는 나라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독재 시대를 거친 우리에게도 생소한 것은 사실이다.
[권대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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