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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집단 반발에 ‘신규계좌 허용’ 급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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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12일 오전 “실명제 도입 연기”

靑게시판 규제강화 비판 이어지자… 금융위 오후 “자율적으로 재개하라”

금융위원회가 이달 말부터 가상통화의 신규 가상계좌 발급을 사실상 허용하면서 정부 규제의 강도가 완화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겠다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으로 투자자들이 집단 반발하자 실명확인을 전제로 신규 투자자 유입을 허용키로 한 셈이다.

12일 오전까지만 해도 주요 은행들은 당초 22일로 예정했던 가상통화 실명확인 거래 시스템 도입을 연기하면서 “언제 도입할 수 있을지 기한이 없다. 정부의 규제 방침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빗썸, 코빗, 이야랩스 등 3개 가상통화 거래소 가상계좌에 대한 입금을 15일부터 중단한다는 공문을 각 거래소에 보내 사실상 기존 가상계좌도 무용지물로 만드는 조치까지 취했다. 거래소 폐쇄까지 거론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 방침이 나오자 은행들이 가상계좌에서 손을 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이날 오후 회의에서 이달 말 실명확인 거래 시스템 도입을 완료할 것과 신규 가상계좌 발급도 자율에 맡기면서 분위기가 180도 뒤바뀌었다. 실명확인 시스템이 도입되면 투자자는 실명이 확인된 본인 계좌를 통해서만 거래소 계좌로 입출금할 수 있다. 서로 같은 은행이어야만 거래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거래 자금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만큼 신규 투자 자금의 유입을 허용한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점검한 결과 은행들이 준비한 실명확인 거래 시스템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상통화에 대한 당국의 태도가 돌변한 것은 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주일에 4000건이 넘는 가상통화 관련 청원이 올라왔다. 대부분 규제를 강화하려는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가상통화 투자로 약 2억 원을 벌었다가 11일 박상기 장관의 발언 이후 하루 만에 4000만 원 상당의 손실을 입은 직장인 강모 씨(32)는 “서민을 위한 정부라면서 조금이나마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시장을 없애려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 정책에 민감한 시장의 특성상 신규 가상계좌 개설이 재개되면 시장은 또다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가상통화 시장은 정부나 은행의 조치가 발표될 때마다 크게 출렁거렸다. 11일 박 장관의 발언 이후 1480만 원대로 떨어졌던 비트코인 가격은 청와대의 해명 후 2124만 원까지 반등했다. 12일에는 은행권의 조치가 알려지면서 1850만 원대로 하락했다가 오후 4시에 다시 2000만 원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규 가상계좌 발급 재개로 시장이 더욱 과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황태호 taeho@donga.com·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