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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사설] 한국측 위안부 해법 묵살한 아베, 파국을 원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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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 따로, 미래지향적 협력 따로를 골자로 하는 우리 정부의 위안부 해법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거부했다. 아베 총리는 12일 "합의는 국가와 국가 간 약속으로 (한국의 새 방침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감스러운 반응이다. 일본은 한국의 새 입장이 나온 후 여러 차례에 걸쳐 "한일 합의에서 1㎜도 물러설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혀왔지만 총리가 직접 말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날 아베 총리 발언으로 위안부 문제가 수습 국면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은 사실상 무산됐다. 한일관계 회복도 불투명해졌다.

우리 정부는 이 문제에 있어 일본 정부를 일방적으로 다그칠 입장에 있지는 못하다. 한일합의는 문서로 존재하고 이를 따를 수 없다고 한 것은 우리 쪽이다. 그렇다고 해서 합의문에 있는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문구를 만능무기처럼 휘두르며 "후퇴는 없다"고 손사래 치는 일본 태도가 온당한 것은 아니다. 합의 당시 아베 총리는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했다. 합의 문구는 일본의 사죄와 반성 태도가 최종적·불가역적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일본은 그러나 이후에도 위안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국제사회에서 민간이 진행하는 위안부 기념 활동을 사사건건 방해해 왔다. 일본 유력인사의 과거사 망언은 한 해에도 몇 번씩 되풀이된다. 이게 무슨 착실한 합의 이행인가. 일본은 10억엔 합의금으로 면죄부를 얻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 태도는 피해자와 한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제안한 해법은 위안부 문제로 다시 다투겠다는 것이 아니라 문제는 문제대로 두고 미래 관계 설정에 주력하자는 데 방점이 있다. 백번 양보해서 위안부 재거론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저 침묵하면 그만이다. 이걸 모를 리 없는 아베 총리가 공개적으로 '수용 불가'를 언명한 것은 한국의 무조건 항복을 염두에 둔 것인가. 아니면 향후 한일관계는 어떻게 돼도 좋다는 의미인가. 일본은 우리 정부의 위안부 결정에 앞서 "합의를 파기하면 한일관계는 관리 불가능이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지금 한일관계를 관리 불가능하게 만드는 쪽이 누구인지 잘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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