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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23세 양인모의 비범한 연주…20세기 바이올린 거장 떠올리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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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양인모 첫 연주회

연합뉴스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지난 11일 금호아트홀에서 리사이틀을 펼치는 모습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서울=연합뉴스) 최은규 객원기자 = 양인모(23)의 연주는 바이올린 거장들이 풍미했던 아름다운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눈을 감고 그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으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옛 거장 크라이슬러나 자크 티보의 연주를 듣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21세기에 이런 바이올리니스트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놀라운데, 그 바이올리니스트가 20대 초반의 젊은이라는 사실은 더 큰 놀라움을 준다.

소음으로 가득한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음악에서조차 점차 거칠어지고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고 있지만, 양인모는 달랐다. 20세기 초반의 거장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를 연상시키는 그의 서정적인 바이올린 소리엔 우리 가슴을 따스하게 만드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그것은 바이올린이란 악기의 '노래하는 본질'을 일깨워주는 연주였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지난 2015년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자로 알려진 그를 파가니니의 악마적인 이미지와 연관 짓기는 힘들었다. 물론 그의 연주기교는 파가니니에 비견되는 이자이의 난해한 소나타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소화해낼 만큼 뛰어나지만 그의 연주 스타일은 고상하고 고풍스러우며 매우 섬세했다. 그가 바이올린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음색의 스펙트럼은 보통의 바이올리니스트가 표현해낼 수 있는 것의 10배도 넘는 듯했다. 음악가로서 소리에 대한 그의 상상력은 매우 풍부했고 이를 실제 소리로 구현해낼 수 있는 뛰어난 기교까지 갖추었다.

지난 11일 금호아트홀에서 펼쳐진 리사이틀 프로그램 또한 비범했다. 힌데미트와 이자이의 소나타를 중심으로 하고 중간에 그리그의 소나타 제2번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바이올린 리사이틀에서 흔히 찾아보기 힘든 프로그램이다. 평범한 바이올리니스트라면 난해한 기교로 가득하고 일반 청중에겐 낯선 이자이와 힌데미트의 음악을 중심으로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짤 용기를 내기 힘들다.

그러나 양인모에겐 가능했다. 기교적으로 난해하든 청중에게 낯선 곡이든, 그 어떤 곡을 연주해도 그의 바이올린 소리는 청중을 사로잡는 묘한 힘이 있었다. 선율의 성격에 따라 시시각각 변모하며 다채로운 뉘앙스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는 것은 마치 다양한 향과 맛을 전하는 최고급 와인을 마시는 것과 비슷했다. 특히 리사이틀 후반에 연주한 이자이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슬픈 시'에서 그가 바이올린으로 들려준 시는 감미로운 서정시로부터 웅대한 영웅 서사시에 이르기까지 시의 전 장르를 포괄하는 듯했다.

이번 공연에서 양인모와 함께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 홍사헌의 연주 역시 주목할 만했다. 첫 곡으로 연주된 힌데미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E플랫 장조에서부터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 음악적으로 절묘한 조화를 이룬 그의 피아노 연주는 음악작품에 대한 확신과 통찰력으로 가득했다. 제1악장에서부터 이 곡에 나타난 음악적인 성격 대비를 확실하게 표현해내며 양인모의 바이올린 연주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그리그의 소나타에서도 북구 음악 특유의 싸늘하면서도 시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함으로써 양인모의 서정적인 바이올린 소리와 잘 어우러졌다.

herena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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