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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사설] CES서 극명하게 드러난 한중간 4차산업혁명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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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는 포성 없는 전쟁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패권을 잡으려는 글로벌 기업들이 사활을 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올해 CES에서는 무엇보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을 비롯한 핵심 기술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굴기가 참으로 놀라웠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몇몇 대기업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의 총체적인 혁신 역량은 중국 기업들에 뒤처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회 참가 업체 3900여 개 중 3분의 1인 1300여 개가 중국 업체들로 200개 남짓한 한국 업체들을 압도했다. 전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한 중국 기업들은 기술 수준에서도 미국 기업들과 선두 다툼을 벌이며 참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중국의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의 루치 부회장은 자율주행과 AI 플랫폼을 선보이며 "중국은 AI 산업의 핵심인 자본, 시장, 기술, 정책을 모두 갖고 있다. 지금부터 세계의 AI 혁신을 '차이나 스피드'로 끌고 가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의 테슬라'로 알려진 벤처기업 퓨처모빌리티는 첨단 기술을 집약한 스마트 전기차를 내놓았고 세계 1위 드론 업체인 DJI는 급성장한 중국 드론 산업의 잠재력을 과시했다.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치고 나갈수록 우리 기업들의 위기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4G 이동통신 후반기에 오면서 오히려 우리가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걱정해야 할 정도"라며 "우리가 경쟁력 있는 5G 이동통신 생태계를 구축해 격차를 줄여가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의 굴기를 지켜본 우리 기업인들은 자율주행차나 드론 같은 혁신적인 기술을 실험하고 상용화하는 데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로운 중국의 규제 환경에 대한 부러움을 숨기지 않았다.

이번 CES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기술 분야에서 한중 간 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대로 가면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갈수록 희미해질 것이다.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 제조에 치우친 IT 산업구조, 번번이 혁신의 발목을 잡는 낡은 규제, 산업화 시대에나 맞는 붕어빵 인재만 양산하는 교육 시스템에 대한 혁명적인 변화를 이루지 못하면 한국은 결국 중국 기업들의 하도급 기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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