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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이대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에서 드러난 '의료 관행'의 허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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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수사가 종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신생아 4명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는 12일 오전 발표될 예정이다. '주사제를 통한 세균 감염'이 가장 유력한 사망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경찰 수사에서는 병원 관행상 용인해 오던 관리의 허점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1일 오후 신생아 중환자실 소속 박모 교수와 간호사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 교수는 신생아 중환자실 실장인 조수진 교수와 함께 중환자실을 담당하는 3명의 전문의 중 한 명이다. 경찰은 박 교수를 상대로 진료 시스템과 업무 내용 등을 파악했다.

중앙일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사망사건 관련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품을 들고 신생아중환자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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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는 총 14명의 소아청소년과 소속 전공의가 근무하고 있었다. 그해 11월 4년차 전공의 3명이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당직에서 빠졌다. 매년 11월에 으레 그래왔던 관행이었다. 사망사고가 발생하기 며칠 전에는 한꺼번에 5명이 퇴사했다. 결국 남은 6명이 사망 당일까지 돌아가면서 당직을 섰다. 사고 전날인 15일에는 3명, 16일에는 2명만이 당직 근무를 했다.

문제는 이들이 신생아 중환자실만 돌보는 게 아니라 소아병동·소아응급실도 봐야 해 한 군데에 진료를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숨진 신생아 중 한 명은 의무기록상 사망 당일 심박수가 200을 넘어서며 갑자기 상태가 악화됐지만 2시간 넘게 의료진이 지시하거나 조치한 기록이 없었다. 이날 근무한 전공의는 경찰 조사에서 "계속 왔다갔다 하며 중환자실에 없을 때는 간호사들에게 전화로 처치 지시를 내렸다"고 진술했다.

의료법상 이대목동병원과 같은 상급 종합병원은 신생아 중환자실에는 전담 전문의를 1명 이상 둬야 한다. 전문의가 퇴근했을 때는 담당 전공의가 업무를 대체한다. 경찰은 당직 근무시 전문의 역할을 대신해야 할 전공의들이 중환자실 뿐 아니라 다른 병실까지 보는 게 의료법에 어긋나는 것 아닌지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에 해석을 의뢰했다.

경찰은 또 신생아들의 사망 원인이 병원의 총체적인 감염관리 부실에서 비롯된 게 아닌지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신생아 16명 중 5명이 중심정맥관을 통해 같은 주사제를 맞았고 이 가운데 4명이 다음 날 사망했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병원 간호사들이 약을 아이들에게 주사하기 전 나누는 과정에서 항생제 내성균 '시트로박터 프룬디'를 옮겺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중환자실에 있던 신생아 9명에게서 검출된 로타 바이러스도 감염 관리 부실의 정황으로 경찰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사망 신생아 A양의 의무기록에 따르면 사망 닷새 전 바이러스 검사에서 A양은 로타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격리 등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로타 바이러스는 주로 신생아들의 분변·토사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전파돼 직접적인 사인이 아니더라도 의료진의 위생 관리상 허점을 뒷받침할 수 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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