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예술 품은 공항…‘아트 포트’라 불러다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18일 개장 앞둔 인천공항 2여객터미널

신윤복 풍속화 등 디지털 이미지 비롯

1km 통로 따나 지니 서 조형물 늘어서

3층엔 높이 18.5m 대작 ‘그레이트 모빌’

입·출국장 곳곳이 미술관으로 변신



한겨레

프랑스 작가 그자비에 베양이 출국장 들머리 1~3층 수직 공간에 설치한 조형물 <그레이트 모빌>. 푸른 색조를 띤 구와 다각형 조형물이 대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부유하는 모습을 통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공항의 공간적 속성을 드러낸 작품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합실 천장 아래 구불구불한 구름 모양의 엘이디(LED)스크린이 내려왔다. 화면을 흘러가는 건 혜원 신윤복의 조선 풍속화를 비롯한 국내외 명화들의 디지털 이미지.

여행객들이 설렘 속에 탑승을 기다리게 마련인 공항 출국 게이트 대합실 의자에 앉아 올려다본 풍경이 이채로웠다. 미디어아트가 명멸하는 첨단 전시장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18일 개장 일주일 전인 11일 공개된 인천공항 2여객터미널은 출국장과 입국장 곳곳에서 색다른 미술 요지경을 펼쳐놓았다. 우선 눈길을 사로잡은 출국장 게이트 대합실의 미디어아트 공간은 디자이너 그룹 비채가 꾸민 곳으로, ‘인터랙티브 미디어 라운지’로 이름 붙여졌다. 상상의 여행을 위한 체험공간이란 의미다.

한겨레

출국게이트로 가는 통로 휴게공간에 디자인 비채가 꾸민 인터랙티브 미디어 라운지. 천장 부분에 ‘미디어 클라우드’라고 이름 붙여진 곡면 스크린이 달려 신윤복의 풍속화 등 국내외 명화를 투영해 보여준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항공사 쪽은 빠른 출국 수속으로 많은 여유시간을 누리게 된 여행객에게 문화예술 체험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기 위해 미술관 성격의 ‘아트포트’(예술공항)를 공간의 주요 개념으로 삼았다고 했다. 여행객들의 대기 공간을 넘어 곳곳에 늘어선 예술품을 감상하며 여정을 다독이는 체험공간을 만든 것이다.

공항아트 작업의 고갱이는 출국장에서 탑승 게이트로 이동하는 3층 면세구역과 게이트 쪽의 날개 공간. 1㎞에 이르는 통로를 따라 지니 서 작가의 이미지 조형물 <윙스 오브 비전>이 여기저기 집처럼 늘어서 있었고 그 사이사이 구름 모양의 스크린으로 감싼 미디어 라운지 휴게실이 들어섰다. <윙스 오브 비전>은 일출부터 일몰까지 빛의 흐름을 푸른빛, 노란빛 등으로 다채롭게 담아낸 색띠 이미지를 19개 기둥에 입힌 섬세한 작품이었다.

한겨레

입국장 수화물 수취 공간 서벽에 내걸린 김병주 작가의 대작 <모호한 벽>. 옛 서울역사, 독립문 등 서울의 역사적 상징물들을 금속선 입체 부조로 표현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승객들이 짐 챙기느라 정신이 없을 법한 1층 입국장의 수화물 수취 구역에 작품들이 다수 전시된 것도 특색이다. 수취 구역 서쪽에 나온 독일 작가 율리우스 포프의 설치 작품 <비트. 폴>(BIT. FALL)은 9개 나라 언어로 된 문자 단어들이 나오는 물폭포의 장관을 보여주었다. 세계 각 나라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노출 빈도가 잦은 단어들을 온라인으로 실시간 연결해 폭포의 물방울로 표현한 것이다. 정보가 순식간에 생산, 소비되는 현대사회의 속성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관객의 명상을 이끄는 감상거리가 되기에 맞춤해 보였다.

그 옆벽에는 김병주 작가의 대작 <모호한 벽>이 보인다. 옛 서울역사, 독립문 같은 서울의 역사적 상징 유산들을 스테인리스선 입체 부조로 튀어나오게 표현해 방문객에게 서울의 인상을 간명하게 알리는 구실을 하게 했다. 그 맞은편 벽에는 검은 구슬들을 무수히 박아 한국의 아련한 산수 풍경을 두루마리 그림처럼 펼쳐놓은 박태우 작가의 <빛과 그림자>가 관객을 반겼다.

한겨레

입국장 들머리에 설치된 강희라 작가의 작품 <헬로>. 1천개의 한글 자음과 모음 글자 조형물이 허공에 매달려 빛을 내며 움직인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3층 출국장 들머리 앞쪽과 뒤쪽에는 프랑스 대표 조각가 그자비에 베양의 높이 18.5m에 이르는 대작 <그레이트 모빌>이 늘어섰다. 푸른 색조의 구와 다각형 조형물이 대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부유하는 모습을 통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공항의 공간 속성을 드러낸 작품이다. 1천개에 이르는 한글 자음과 모음 조형물이 빛을 내며 위아래로 움직이는 강희라 작가의 <헬로>도 사람들의 발길을 멈춰 세웠다.

공항공사 여객서비스팀의 김혜진 과장은 “베양과 포프, 김병주, 지니 서의 작품 프로젝트에만 46억원이 들어갔다”며 “하늘로 비행하기 전 감각의 비상을 느껴볼 수 있는 공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공간에서 기대 이상의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