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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눈총받는 ‘금융위 코스닥 활성화 방안’ “파격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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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소득공제 요건 완화

연기금 증권거래세 면제 등

“재탕이거나 되레 역효과”

3천억 성장펀드도

민간자금 유치할지 의문

상장문턱 대폭 낮췄으나

“4~5년뒤 치명타“ 우려


한겨레

지난 5일 코스닥 지수가 828.03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국거래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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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투자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고 기업에는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당근책'이 나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파격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1일 ‘자본시장 혁신을 위한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 벤처펀드에 투자하면 최대 3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완화했다. 이 제도는 1997년 말 신설됐지만 해당 펀드는 현재 1개밖에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금융위는 운용 제약이 많았던 탓으로 보고 이번에 펀드의 벤처기업 신주 투자요건을 50%에서 15%나 신주·구주 합쳐 35%로 대폭 완화했다. 코스닥 투자 비중이 50% 이상인 벤처펀드에는 코스닥 공모주 30%를 우선 배정한다. 중소기업이 신성장 연구개발을 추진할 경우 세액공제를 연구개발비의 30%에서 40%로 높이고 지원 대상은 중소기업에서 코스닥 중견기업으로 확대된다.

국내 연기금이 차익거래 목적으로 코스닥 주식을 매도할 때 증권거래세(0.3%)가 면제된다. 지금은 코스피 시장에서 우정사업본부만 차익거래에 면세 혜택을 받고 있다. 차익거래란 현물과 선물의 가격차를 이용해 차익을 노리는 매매기법이다. 따라서 코스닥 종목의 주가와 지수의 상승에는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 되레 선물 만기일에 시장을 교란하는 요인이다.

3천억원 규모의 ‘코스닥 성장펀드’는 저평가된 코스닥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정부가 제시한 투자 대상을 보면, 시가총액 하위 50% 종목, 기관투자 비중이 낮은 종목, 최근 3년 이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기업 등이다. 취지가 좋더라도 일반적인 투자 기준으로는 피해야 하는 종목들이다. 이 펀드에 50%를 출자한다는 민간자금을 유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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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가의 코스닥 투자 유도를 위한 코스피·코스닥 통합지수는 다음달 출시된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코스닥 비중을 높인 ‘케이알엑스(KRX)300'지수를 개발해 다음달 5일 공식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합지수는 이미 ‘케이알엑스100' 등 2개가 있는데도 이번에 새로 만들었다. 코스닥 편입 종목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새 지수에는 코스닥 종목이 68개 들어갔지만 지수의 시총에서 코스닥이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그친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자기 가게 상품이 안 팔린다고 잘나가는 이웃의 큰 가게 상품과 묶음으로 팔아달라는 얘긴데, 소비자가 과연 집어들겠는가”라고 반문한다. 품질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를 유도할 구체적인 방안은 빠졌다. 기획재정부가 운용하는 소규모 연기금 투자풀의 코스닥 투자 확대를 위해 상반기 중 기금운용평가 지침을 개선하고 ‘코스닥 투자형' 위탁운용 신설을 권고한다는 내용 정도만 담겼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국민 노후를 책임져야 할 국민연금에 벤처 투자를 강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코스닥 상장 요건의 큰 폭 완화로 약 2800곳이 잠재적 상장 대상에 새로 편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에도 녹색성장이니 창조경제니 하며 적자기업이 들어왔지만, 상장폐지를 되풀이했다”며 “상장 문턱을 낮추면 4∼5년 뒤 코스닥 시장에 치명타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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