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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디지털스토리] "우리집 어린 아이들, 스마트폰 없으면 울고 떼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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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 "어린이 스마트폰 중독을 막기 위해 아이폰에 새로운 기능과 개선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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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지난 8일 이러한 입장을 발표했다. 앞서 미국의 큰손 투자자들이 애플을 상대로 어린이 스마트폰 중독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한 직후 나온 것이다.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자나 파트너스와 캘리포니아주 교직원 퇴직연금은 지난 6일 애플에 편지를 보내 부모가 더 쉽게 자녀의 스마트폰 이용을 통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스마트폰 중독이 어린이에게 초래하는 부정적인 결과가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에서는 자녀가 스마트폰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부모의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도 이와 비슷한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영·유아의 전자기기 노출은 하루 평균 2시간을 훌쩍 넘는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이 저연령화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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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동 스마트폰 중독 비율 증가…"없으면 울고 떼써요"

스마트폰에 빠지는 아이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6년 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를 보면 만 10~19살 사이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 비율은 줄어들었지만 만 3~9살 사이 유·아동의 스마트폰 중독 비율은 2015년 12.4%에서 2016년 17.9%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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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스마트폰 사용이 많을수록 아이들도 똑같이 보고 배우는 경우가 많았다. 부모가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일 때 유·아동 자녀가 위험군에 속하는 비율이 23.5%, 청소년 자녀가 위험군에 속하는 비율은 36%였다.

스마트폰을 접할수록 중독 성향은 강해졌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스마트폰 이용을 지도할 때 가장 어려운 점으로 '이용시간제한'(54.6%)을 꼽았다. 그다음으로는 이용콘텐츠 선별, 제한'(26%) 등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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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 카페에는 한 학부모의 고민 상담 글이 올라왔다. 두 아들을 둔 엄마라고 밝힌 작성자는 "식당에서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려면 스마트폰이 필수다"며 "스마트폰이 안 좋은 건 알지만 아이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주는 것보단 낫지 않느냐"고 고민을 털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사용은 늦으면 늦을수록 좋다고 조언한다. 2014년 11월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실시한 '아동ㆍ청소년 스마트폰 사용 관련 전문의 인식도 조사'에 의하면, 전문의들이 권고한 스마트폰 사용 시작연령은 중학교 1~2학년이었다.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주면 잘 울지 않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주는 부모들이 많다"며 "이런 행위가 얼마나 아이들에게 해가 되는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 ADHD, VDT 증후군 등 부작용도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에 자주 노출될수록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심리학자인 진 M 트웬지(Jean M.Twenge)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미국 청소년 50만 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5년간 추적해 지난해 11월 임상심리과학지에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스마트폰을 3시간 이상 사용하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자살 충동을 느낄 가능성이 30% 높았다. 5시간 이상 사용하는 아이들은 50%까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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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자료사진]



뇌 성장도 가로막는다. 전문가들은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통해 좌뇌를 강하게 자극하는 각종 동영상에 장시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우뇌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뇌의 불균형한 발달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초기에는 산만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심해지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나 틱장애, 발달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한 자극에만 반응을 보이는 '팝콘 브레인' 현상을 겪을 수 있다.

거북목, 안구 건조증 등 VDT 증후군(Visual Display Terminal)이 나타나기도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VDT 증후군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9세 이하 아이들은 최근 5년(2012∼2016년)간 8만2천 명에 달했다.

◇전 세계, 유아 스마트폰 방지에 집중

아이들의 스마트폰을 제한하려는 시도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 실리콘밸리 근처에 있는 학교 월도프는 8학년(중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의 사용을 금지한다. 이 학교 재학생 부모의 85%가 실리콘밸리 첨단 기업을 다닌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시도다.

일본에서는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밤에 자동으로 차단하는 단말기가 지난해 8월 출시됐다. 12세 이하 어린이의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학교나 학원 등 사전에 설정된 장소에서도 사용이 정지된다.

프랑스는 오는 9월부터 초, 중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휴대전화를 학교에 가져올 수는 있지만,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한다. 쉬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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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만 2세 이하 영아의 디지털 기기 사용이 금지돼 있다. 2~18세 아이들이 스마트폰 등에 과몰입 증상을 보이면 부모와 보호자에게 벌금이 부과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9월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방지하는 목적의 법안이 발의됐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의 '국가정보화기본법 개정안'과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서 스마트폰 중독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모가 집에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어린이집에서 보고 오는 경우가 많다"며 "어린이집 등에서도 '스마트폰이 안 좋다'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포그래픽=장미화 인턴기자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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