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에 목도리·귀마개·핫팩 중무장…연신 입김 뿜으며 발걸음 재촉
손 넣고 걷다 빙판길에 휘청…환경미화원·토스트 장수 '힘든 겨울나기'
'권투 아니고 요구르트 배달 합니다' |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서울 지역 체감온도가 최저 -17.3도까지 떨어진 11일 아침 출근길에 나선 서울 시민들은 어깨와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종종걸음을 했다.
두꺼운 패딩 점퍼에 목도리, 귀마개, 마스크, 모자, 장갑, 부츠까지 중무장해 눈만 빼고는 몸 전체를 두껍게 감싼 시민들은 따뜻한 커피나 핫팩을 손에 쥐고 조금이라도 빨리 실내로 들어가려는 듯 발걸음을 재촉했다. 입가에서는 하얀 입김이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왔다.
종로구 안국역 인근을 지나는 한 중년 남성은 마스크와 목도리를 준비하지 못해서인 듯 장갑을 낀 손으로 이마와 코, 입 주변을 막은 채 걸어가기도 했다.
젊은이들은 주로 유행하는 롱패딩을 입었고, 50대 이상으로 보이는 남성들은 주로 아웃도어 브랜드 패딩을 옷 위에 껴입었다. 여성들은 어그부츠나 충전재가 내장된 부츠를 신었다.
장갑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시민들은 주머니에 손을 깊숙이 꽂고 걷거나 뛰다가 아직 얼어있는 길에 미끄러질 뻔하기도 했다.
'완전무장'하고 출근합니다 |
'버스야 빨리 와' |
버스 정류장의 시민들은 혹한을 원망하는 듯 눈살을 가득 찌푸린 채 '곧 도착하는 버스'가 표기된 전광판을 쏘아봤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버스에서 내리는 승객들은 약속이나 한 듯 외투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썼고, 반대로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썼던 모자를 차례차례 벗어젖혔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자출족'들은 두툼한 장갑을 끼고도 찬 바람이 부담스러운 듯 신호 대기를 할 때마다 손을 주머니에 넣어 녹였고, 자전거에 탄 채 허리를 좌우로 흔들어 추위를 떨치려 했다.
추운 곳에서 오래 일해야 하는 환경미화원들은 스키용 마스크나 스카프로 얼굴을 가리고 토시와 털장갑, 털 양말, 방한화 등으로 바람 샐 틈 없이 온몸을 꽁꽁 싸맨 채 새벽부터 묵묵히 거리를 쓸었다.
'자출족은 더 추워요' |
안국역 앞에서 만난 김모(49)씨는 "너무 추워 얼굴이 아린다. 아들은 방학이라는데 직장인들은 그런 것도 없고 서럽다"며 웃었다.
마포구 공덕역 앞에서 떨며 코트 깃을 여미던 회사원 김모(38)씨는 "이렇게 추운 날씨엔 코트로는 추위를 막기 역부족인데 직장이 보수적이어서 한겨울에도 패딩을 입기 어렵다"며 "출근이 달갑지는 않지만, 너무 추워서 오히려 사무실에 빨리 들어가는 것이 소원일 정도"라고 말했다.
강남구 역삼동 직장으로 향하던 박모(54)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춥다는 얘기를 듣고 귀를 가릴 수 있을까 싶어 평소 안 하던 목도리까지 챙겨 두르고 나왔는데, 잔뜩 긴장해서인지 바람이 찬 것은 느껴지지만 그렇게까지 춥지는 않은 것 같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역에서 광화문으로 출근한다는 직장인 이모(38)씨는 "어제는 야근을 마치고 택시를 잡으려는데 추워서인지 정말 안 잡혔다"며 "영하 15도라 해서 내복까지 챙겼는데 이따 저녁 약속도 다 취소하고 칼퇴근하는 게 오늘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영등포구청역 인근에서 토스트를 파는 이모(66·여)씨는 "날이 추워서인지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 같다"며 "그 때문에 장사가 잘 안돼 어서 날이 좀 풀렸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기상청은 이날 중부 내륙지역 아침 최저기온이 -15도 아래로 떨어지는 곳이 있고, 낮 기온도 영하권에 머물러 추울 것이라고 예보하고, 수도관 동파 등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출근이 달갑진 않지만…' 추위에 빨라지는 걸음걸이 |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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