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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직원들 마음은 세종시로…” 위상 쪼그라든 행정도시건설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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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갈수록 줄며 올해 3,000억에도 못 미쳐

자치사무 세종시 이관에 정원 축소도 불가피

“의욕 없다” 직원들 세종시 전입 노골적 타진
한국일보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전경. 행정도시건설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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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총괄기관인 행정도시건설청(건설청)이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예산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일부 권한을 세종시로 넘겨야 해 정원 감축까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면서 세종시 전입을 타진하는 직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건설청에 따르면 행정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회계(행특회계) 예산이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다.

건설청은 2006년 1월 개청 이후 총 8조5,000억원 규모의 행특회계를 연도별로 쪼개 편성, 집행하고 있다. 예산은 2008년 3,200억원에서 2010년에는 6,951억원, 2013년에는 8,423억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4년 6,986억원으로 하락세로 전환한 뒤 2015년 5,220억원, 2016년 2,684억원, 2017년 3,125억원, 올해 2,910억원 규모로 줄었다. 최소 2020년까지 3,000억원 이하로 축소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던 건설청의 호언장담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예산이 매년 눈에 띄게 줄면서 전체적인 집행도 부진할 수밖에 없다. 행정도시 중장기 개발계획상 2016년까지 6조원 이상 투입돼야 했지만, 2017년까지 집행한 예산은 5조원대 초반에 그쳐 건설청의 역할과 위상이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행정도시특별법 개정에 따라 틀어쥐고 있던 일부 권한마저 세종시로 넘기게 되면서 건설청의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건설청은 오는 25일 옥외광고 등 4개 사무권한을 세종시로 이관한다. 내년 1월 25일에는 주택ㆍ건축 관련 4개 사무를 세종시에 추가로 넘겨야 한다. 이로 인해 올해 3명, 내년에는 14명 정도의 직원이 건설청으로 옮겨가야 한다. 올해는 행정안전부와 협의가 원만히 이뤄져 전체 정원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지만, 내년에는 정원 축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건설청은 보고 있다.

예산과 권한, 정원 축소로 내부에 불안감이 퍼지면서 직원들 사이에선 업무의욕이 떨어진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친분이 있는 세종시 공무원에게 노골적으로 세종시 전입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직원들도 많다는 게 건설청과 세종시 공무원들의 전언이다. 건설청에서 근무하다 몇 년 전 세종시로 전입한 한 공무원은 “함께 근무했던 후배가 전입 공무원을 선발할 때 자신에 대해 잘 얘기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며 “이는 기관 간 협의 과정에서 해당 공무원에 대한 평이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설청 관계자는 “행정도시특별법이 개정되고, 여러 여건이 변하면서 위상이 축소돼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젊은 공무원들은 특히 향후 자신의 입지 등을 놓고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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