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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도스토옙스키 장편을 대수술해 법정 추리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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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카라마조프' 작가 정은비·배우 김바다

뉴스1

뮤지컬 '카라마조프' 작가 정은비(왼쪽) 배우 김바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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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뮤지컬 '카라마조프' 초고는 원래 법정 추리극이 아니었습니다. 법정 장면은 첫 장면과 끝 장면에만 나왔습니다. 대학원 과정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극창작과 졸업공연으로 올린 뒤 주변의 조언을 받아들여 전체 이야기가 법정에서 이어지도록 내용을 완전히 고쳤습니다."

뮤지컬 '카라마조프'를 쓴 작가 정은비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기자를 만나 " CJ문화재단 크리에이티브마인즈에 선정돼 2017년 8월 CJ 아지트에서 공연한 이후 또다시 대수술(퇴고)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스토옙스키(1821~1881) 장편소설을 각색해 법정추리물로 재탄생한 뮤지컬 '카라마조프'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2017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돼 지난 3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개막해 오는 14일까지 이어진다.

정은비 작가는 가녀린 외모와 다르게 작품을 완전히 다시 쓰는 과감한 결단을 두 번이나 내렸다. 그는 "두 번째 퇴고에서 졸부인 아버지 표도르가 다른 등장인물의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으로 설정했다"며 "표도르는 무대인 법정을 돌아다니며 관객의 이해를 돕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원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친부 살해가 소재다. 정 작가는 동명의 소설에서 소재를 가져왔지만, 아버지의 존속 살해 재판에 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풀어내는 법정 추리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방대한 소설이지만 이야기 자체가 명확했다"며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삼아 중심 서사를 구성하겠다고 각색의 방향을 잡아서 법정 추리극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무대의 주 배경은 재판장이다. 작품은 아버지의 죽음을 놓고 여러 인물의 증언이 오가면서 수시로 과거가 재현하는 등 상황을 속도감 있게 펼쳐놨다. 이런 설정은 누가 진짜 범인인가에 관해 관객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어둡고 나약한 인간 본성과 삶의 의지를 묻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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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카라마조프'에서 혼외자 스메르 역을 맡은 김바다 배우(오른쪽)와 작가 정은비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뉴스1과 인터뷰에서 활짝 웃고 있다. 도스토옙스키(1821~1881) 장편소설을 각색해 법정추리물로 재탄생한 뮤지컬 '카라마조프'가 지난 3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개막해 오는 14일까지 이어진다. 2018.1.10/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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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바다 배우는 CJ문화재단 크리에이티브마인즈 때부터 이번 작품에 참여한 유일한 배우다. 그는 졸부인 표도르의 혼외자이자 하인인 스메르 역할을 맡았다. 그는 정은비 작가에 관해 "한번 결정한 일을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뚝심이 대단한 작가"라며 "반면에 작품이 보다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라면 어떤 의견도 잘 경청하고 받아들이는 스펀지 같은 작가"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지난해 CJ 크리에이티브마인즈 공연에서 수메르의 마지막 대사가 '나도 살고 싶은 욕망이 있었나봐요'였습니다. 이 대사를 연습하면서 문어체 표현을 입말에 맞게 고쳤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말했습니다. 정 작가가 흔쾌히 '나도 살고 싶었나 봐요'라고 고쳐줬습니다."

정은비 작가는 김바다 배우에 관해 "작가가 쓴 어미 하나의 의미까지도 파헤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배우"라며 "텍스트를 고쳐달라는 요구를 하기보다 그 텍스트 자체에 숨겨진 작가의 의도를 잘 표현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정말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김바다 배우는 2015년 김태형 연출의 뮤지컬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에서 앙상블을 맡으면서 데뷔했다. 이어 김 연출의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오펀스'에 출연하며 주연급 배우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는 "김태형 연출이 루터대 공연예술학과에 출강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김바다 배우는'천의 얼굴'처럼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장점이 있다"며 "뮤지컬 '카리마조프'에선 악역을 맡았지만 저의 다른 작품인 뮤지컬 '비더슈탄트'에선 2차대전 당시 히틀러에게 저항하는 독일 학생 역을 잘 소화해냈다"고 했다.

김바다는 "연극 '오펀스'에서 필립 역을 맡았을 때에도 정 작가에게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작가와 배우는 작품을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연습할 때 정 작가의 의견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한편, 김바다 배우는 상반기에 뮤지컬 '카라마조프' 공연이 끝나면 다른 작품에 출연할 예정이다. 그는 "피아노를 전공하신 어머니께서 냉정한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항상 겸손한 태도로 작품에 임한다"며 "관객들과 오래 만날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관람료 5만5000~6만6000원. 문의 (02)6339-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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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카라마조프'에서 혼외자 스메르 역을 맡은 김바다 배우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뉴스1과 인터뷰에서 "연습 과정에서 배우가 힘들어야 공연이 잘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스토옙스키(1821~1881) 장편소설을 각색해 법정추리물로 재탄생한 뮤지컬 '카라마조프'가 지난 3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개막해 오는 14일까지 이어진다. 2018.1.10/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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