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인터뷰①]박정민 "이병헌·윤여정과 호흡, 누 끼치지 말자 생각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스1

© News1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아무도 기대하지 않던 이가 눈에 띄는 것만큼, 이미 눈에 띈 배우가 자신을 향한 높은 기대감을 넘어 제 몫을 다해내는 것 또한 어려운 일. 지난해 온갖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독식한 배우 박정민(30)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기대와 찬사 속 조용히, 그리고 묵묵하게 자신의 폭을 넓히며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만이 내세상' 인숙(윤여정 분)의 막내 아들이자, 뒤늦게 만난 철없는 형 조하(이병헌 분)의 동생 오진태는, 하나부터 열까지 보살핌이 필요한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인물. 박정민은 완벽히 오진태가 되어 디테일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관객에게 애틋한 웃음과 '힐링'을 안긴다.

화려한 CG나 대단히 철학적이고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지도 않는다. 가장 자연스럽고 담담하게 웃음과 감동을 안기는 영화다. 이는 인터뷰마다 무던하고 묵직한 말투 위에위트를 덧칠하는 박정민의 화법과 닮아있다. '그것만이 내세상'과 닮은, 박정민과의 대화다.

Q. 영화를 본 소감이 어떤가요.

“제가 출연한 작품을 보면 늘 제 실수를 찾아내는 버릇이 있어서 영화를 처음 본 날은 기분이 안 좋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어느 순간 제가 영화를 보고 있더라고요. 아는 내용인데도 엄청 많이 울었어요. 영화가 끝난 후 윤여정 선생님이 ‘너무 잘했다’고 해주셔서, 그 전처럼 ‘왕창’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어요. (웃음)”

Q. 출연을 결정하고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었나요?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을 것 같아요. 캐릭터 연구, 피아노 연습 등.

“3개월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피아노는 촬영 시작하고도 3개월은 더 연습을 했어요. 캐릭터를 잡느라고 자원봉사도 다녔고 연기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잘 하고 싶었고, 잘 해내야 하는 역할이었어요. 어설프게 했다가는 여러 사람이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Q. 자폐 성향의 천재 캐릭터, 가족 드라마 장르 등 ‘그것만이 내 세상’과 인물 진태는 사실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배우에게 더욱 많은 부담이 주어졌을 것 같은데요.

“어쩌면 어디서 좀 본 듯한 장면, 익숙한 감정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의 허전한 느낌을 선배님들이 연기로 메워주신 것 같아요. 저도 영화를 보면서 특별한 CG(컴퓨터 그래픽)나 엄청난 앵글이 없어도 연기만으로 볼거리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태처럼 자폐 성향을 가진 인물들이 영화적으로 많이 등장한 것은 맞아요. 그런데 기존의 영화나 캐릭터를 의식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죠. 그리고 저도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았어요. 선배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든 캐릭터이고 분명 겹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저 배우가 했기 때문에 내가 하지 말자’고 생각하면서 제가 가진 데이터 베이스를 일부러 없애버리면 오히려 안 좋은 방향으로 갈 것 같더라고요.”

뉴스1

© News1 영화 '그것만이 내세상' 스틸컷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함께 호흡한 배우가 윤여정, 이병헌이에요. 워낙 존재감이 큰 배우인데다가 연기력이 대단해서, 배우로서 스크린 안에서 존재감이 밀리지는 않을까 우려되지는 않았나요.

“누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밀려도 상관 없으니 누만 끼치지 말자였죠. 존경해 마다 않는 두 선배님들이 어느 순간 한참 어린 후배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함께 끌고 가는 동료배우로서 존중을 해주시는 걸 문득 느낄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때 자신감을 느꼈어요. 늘 ‘더 해 봐’라고 해주시고, 제가 뭘 해도 다 받아주시더라고요. 윤여정 이병헌이라는 두 배우가 나라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을 동료로 대해주시는 것이 놀랍더라고요. 현장에서 선배들의 내공을 느꼈어요. 저는 제 연기만 잘 해내려고 했는데, 선배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생각하고 연기를 하시더라고요. 많이 배웠어요.”

Q. 엄마로서의 윤여정, 형으로서의 이병헌과의 만남은 어땠나요.

“자연스럽게 저도 모르게 윤여정 선생님 옆에 가서 있게 되더라고요. 별 말도 안 해요. 선생님 말 듣고 ‘하하하’ 웃고. 워낙 말씀을 잘 하시고 재치가 있는 분이시죠. 또 날카로운 직언을 하실 때도 있고요. 처음에는 무서울 줄 알았는데 너무 재미있고 편했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붙어 있었던 것 같아요.”

“이병헌 선배는 영화 속 진태와 조하의 관계처럼 가만히 바라보고 지켜보고 그런 느낌. 엄마와는 사뭇 다르죠. 병헌 선배도 가끔씩 농담으로 현장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주세요.”

뉴스1

© News1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이병헌씨와 유머 코드가 잘 맞나요?

“네. 웃겼어요. 가장 재미있던 건 선배가 농담을 하시고 선배가 제일 크게 웃을 때예요. (웃음)”

Q. 극중 조하의 이름 뜻은 무엇인가요? 평범한 이름도 아니고, 진태가 ‘조하형’이라고 부르는 것이 꼭 ‘좋아요’처럼 들려서 의도한 것인가 했어요.

“어? 제가 알기로는 전혀 그런 의도는 없었는데, 그렇게 들릴 수도 있구나 싶네요.”

Q. 자폐 성향의 인물 연기를 준비하면서 자원봉사를 오래 다니셨다고요.

“일주일에 한 번 8시간씩 4개월 정도 봉사활동을 다녔어요. 시사회 후에 이런 친구들을 잘 아는 분들이 ‘잘 표현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봉사활동을 간 학교에서도 조심스럽게 (자폐 성향 학생들의) 개인적인 특징을 따내지는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제가 만난 친구들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봉사활동을 한 반 아이들은 처음에 저를 봤을 때 불편해 했어요. 그 이후에 낯이 조금 익자 저를 보면 ‘씨익’ 하고 웃어주는데 그 미소가 얼마나 밝은지 몰라요. 정말 예뻤어요. 행복해보이기도 했죠. 진태가 그런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Q. 연기를 할 때 눈빛, 상대와 눈마주침이 중요한데 진태는 그럴 수 없는 인물이에요. 그런 점에서 더 어렵지 않았나요.

“편하죠. 병헌 선배 눈을 어떻게 똑바로 마주쳐요. (웃음) 눈을 안 마주치면, 기본적으로 산만해져요. 그런 점이 진태를 표현하는데 유용하더라고요. 눈을 바라보면 집중을 하게 되고 들어야 하잖아요. 하지만 초점을 흐리면 자연스럽게 산만해지고 그게 곧 진태를 더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불편하지는 않았어요.”

Q. 본인은 어떤 아들인가요.

“저는 늘 불효자입니다. 동네 친구들이 야탑동에 불효자상을 세워줘야 한다고 할 정도예요. (무엇이?) 학교도 바꾸고, 감독한다고 했다가 배우한다고 했다가 부모님 속을 많이 썩였죠. 이렇게 굵직굵직한 불효를 하면 가끔 자잘하게라도 효도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잘 못해서 죄송하죠. (금전적인 의미의 효도를 할 수도 있지 않나요) 요즘에는 그나마 조금 할 수 있게 됐어요. (웃음)”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ichi@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