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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현직 여경이 성희롱 후배 도와 준 뒤 '왕따' 당했다며 1인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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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 한 여경 8일 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 벌여

"성희롱 당한 후배 도와준 뒤 상관에게 괴롭힘 당했다"

경남경찰청 청문감사관실 사실관계 파악 나서

중앙일보

8일 경남 김해시의 한 경찰서 앞에서 현직 여경이 조직 내 성범죄, 부당한 갑질 타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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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의 한 현직 여자 경찰관이 동료 여경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조언한 뒤 조직 내에서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혀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1인 시위를 벌여 경찰이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8일 경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남 김해의 한 경찰서 소속 A 여경은 지난해 4월 당시 같은 지구대에 근무하던 후배 여경으로부터 상담 요청을 받았다. 이어 후배 여경이 함께 순찰차를 타고 근무를 하던 B경사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성 관련 농담 등 성희롱을 당했다는 내용을 전해 들었다. A 여경은 후배 여경에게 경찰서 성희롱고충상담원과 상담을 하라고 조언했고, 후배 여경은 A여경의 말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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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여경이 1인 시위를 하며 내건 피켓 내용.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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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후배 여경의 신고를 받고 곧바로 감찰에 착수해 한 달 뒤쯤 B경사가 성희롱을 한 책임을 물어 감봉 1개월 징계를 내리고 다른 지역으로 보냈다. 사건은 여기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내부고발자’로 비쳐 조직 내에서 따돌림을 당했다는 것이 A여경의 주장이다. A여경은 “당시 사건 후 지구대장을 비롯해 조직원들이 저를 (내부고발자 취급해) 따돌렸다”며 “내가 제보자라는 소문이 다 퍼지고 음해성 소문이 떠돌았음에도 조직에서는 별다른 조처가 없이 지구대장이 오히려 저의 약점을 잡아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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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시위를 하고 있는 한 여경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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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여경은 B경사가 징계를 받을 때쯤 112 신고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실수를 저질렀다. 등산로 입구에 나흘 동안 차가 주차됐다는 신고가 들어왔지만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변사 사건의 처리가 늦어진 것이다. 결국 A여경은 이 일 때문에 견책 징계를 받고 다른 곳으로 전배 조처를 받았다.

A여경은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지구대장에게 먼저 보고하지 않고 감찰에 보고하도록 조언했다고 저를 오히려 질책했던 당시 지구대장이 저의 실수가 드러나자 ‘이건 타서로 전배간 B경사가 알면 언론 대서 특필 감’이라고 협박까지 했다”며 “그러면서 ‘언론과 유족에게 알려 크게 만들어 줄까’라는 말까지 지구대장이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당 지구대장은 “A여경에게 112 신고를 제대로 처리 하지 않은 것은 언론에 날 정도로 큰 일이다는 취지로 말했을 뿐이다”며 “B경사나 언론 등에게 알리겠다는 등 협박한 적은 절대 없다”고 해명했다.

이 과정에 후배 여경 성희롱 사건 가해자였던 B 경사가 A여경이 112 신고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 조사에서 A 경위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큰 상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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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여경의 1인 시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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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여경은 이후 각종 음해성 소문과 억울함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고 결국 1인 시위까지 나서게 됐다. A여경은 “제보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만발하고 이를 규제하기 위한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며 “1인 시위를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고민을 했으나 나를 믿어주는 후배들을 보고 용기를 얻어 다시는 나 같은 피해자가 없도록 나섰다”고 말했다. A여경은 진상조사를 통해 자신의 명예가 회복될 때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경남경찰청 하진형 청문감사관실 감찰계장은 “당시 지구대장도 성희롱 건과 112 신고 지연 건 등으로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 불문경고의 문책을 받았다”며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A여경이 2차 피해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로 사실관계를 파악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해=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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