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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빅픽처] 하정우는 어떻게 '스페셜 원'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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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 김지혜 기자] FC 포르투, 첼시 FC, 인터 밀란,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을 이끌며 명장의 반열에 오른 조세 무리뉴 감독은 자신을 '스페셜 원'(special one)이라고 지칭했다.

'스페셜 원', 단 하나의 특별한 존재를 뜻한다. 자칭이든 타칭이든 이 단어를 허용할 수 있는 인물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많지 않다.

올겨울 극장가에서는 진풍경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명의 배우가 두 영화의 얼굴로 활약하고 있는 모습 말이다. 주인공은 하정우다.

소처럼 일하는 배우의 대명사인 하정우는 지난 1년 6개월간 개봉작이 없었다. 연평균 2편 이상의 개봉작을 내놓은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라는 의구심이 들 때쯤, 일주일 간격으로 두 편의 신작을 내놓았다. 전혀 다른 색깔의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과 '1987'(감독 장준환)이다.

'신과함께'는 저승 법에 따라 사후 49일 동안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7개의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받게 된 김자홍(차태현 분)을 저승차사 강림(하정우 분), 해원맥(주지훈 분), 덕춘(김향기 분)이 변호와 경호를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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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 냈던 사람들의 가슴 뛰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양으로만 관객의 목마름을 채운 건 아니었다. 각각 한국형 판타지물의 진일보라는 평가와 비극의 현대사를 다룬 시대극 중 가장 깊게 들어간 수작이라는 호평도 받고 있다.

이 두 편은 국내 4대 투자배급사 중 2강을 형성하고 있는 롯데엔터테인먼트과 CJ엔터테인먼트의 사활을 건 겨울 텐트폴(성수기용 대작) 영화였다. 양사 모두 각 영화에 100억대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 한해 농사의 매조지를 제대로 짓겠다는 각오로 나섰다.

성공의 차이는 있지만, 두 영화는 모두 웃었다. '신과함께'는 1,099만, '1987'은 366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쌍끌이 흥행의 중심에는 하정우가 있다. 누가 뭐래도 관객들이 가장 사랑하는 배우이자 '스페셜 원'의 자리에 올라섰다.

'신과함께'는 개봉 16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한국 영화로는 역대 16번째 천만 영화이자, 외화까지 통틀면 20번째다.

종전 영화 중 '신과함께'처럼 소리 없이 빠르고 무난하게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없었다. 군말도 없고, 별 탈도 없이 그야말로 '순식간에' 고지에 도달했다. 천만 영화들의 통과 의례인 독과점 논란도 고공 예매율과 좌석 점유율 덕분에 스리슬쩍 피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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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의 경우 한국 영화계의 유례없는 시도인 1,2편 동시 촬영을 감행한 탓에 하정우는 약 1년간 남양주 세트장에서 먼지를 맞아가며 연기에 매진했다.

이 공백은 대체되는 것이 아니었다. 하정우(雨)라는 단비를 기다린 관객의 목마름은 극에 달했다. 컴백작은 그 특수를 제대로 누렸다.

'신과함께'는 관객의 취향을 꽤 타는 영화다. 국내 관객에게 익숙지 않은 판타지 장르에다 소재 역시 호불호가 나뉠 수 밖에 없는 사후세계에 관한 것이다. 어쩌면 '재앙'이 될지도 모를 영화를 관객이 주저 없이 1순위로 선택한 데는 '믿고 보는 배우 하정우'라는 안전망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하정우라는 주춧돌은 영화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그렇게 선택된 영화는 뜻밖의 미덕을 선사했다. 특수효과를 앞세운 판타지물인 줄 알았던 영화는 관객의 보편적 정서인 '가족애'를 정조준하며 눈물샘을 자극했다. 하정우를 보러 갔다가 이정재, 김동욱에게 반하고 온 관객도 적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교 역할을 한 셈이다.

영화에서 하정우는 저승 삼차사의 리더 '강림'으로 분했다. 따지고 보면 그의 최고의 연기도 아닐뿐더러 매력이 최고조에 달한 캐릭터도 아니다. 그러나 관객은 하정우의 액션 하나, 유머 한 마디에도 뜨겁게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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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기 또 다른 흥행작 '1987' 역시 하정우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하정우는 영화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최 검사'로 분했다. 소위 말해 '치고 빠지는' 역할이다. 초반과 후반부에 짧게 등장해 제 역할을 한다.

영화의 중심축은 김윤석이다. 심지어 하정우는 특별출연인 강동원, 여진구보다도 출연 분량이 적다. 하정우는 '1987'에서 목적과 기능이 확실한 등·퇴장을 하지만, 특유의 한량 같은 연기는 범죄 스릴러 적 구성을 띠는 도입부에 숨통을 튀어준다.

하정우는 2016년 8월 세월호 모티브의 재난 영화 '터널'에 출연해 대한민국 시스템의 오작동에 관한 풍자를 보여줬다. 그리고 1년이 흘러 현대사의 비극을 그린 '1987'에 출연했다. 사회파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외연 확장도 주목할만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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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티 보이즈', '추격자', '멋진하루', '황해'로 이어진 2010년 전후의 작품이 연기력의 깊이를 보여줬다면 '베를린', '암살'로 이어진 최근 3~4년간의 작품에서는 여심을 사로잡는 강렬한 남성성을 발현해왔다.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을 넘어 스타성에서도 이견을 달 수 없는 자리에 올라선 것이다.

이 배우에 대한 선호는 영화 관람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20~30대 여성 관객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성 관객에게 남성성을 어필하며 판타지를 선사하는 동시에 남성 관객에게도 연기력과 매력, 호감도로 인정받는 유일무이한 배우다.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지지는 지난 10년간 20여 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하며 장르, 연기의 폭과 넓이를 무한 확장해온 도전과 그에 따른 성취로부터 비롯된 정직한 결과다.

하정우의 리얼리즘 연기를 사랑한 관객들에게 두 작품은 아쉬움을 남긴 것이 사실이다. 그간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관객들은 하정우가 영화에서 못 먹고, 못 자고, 생사가 위태로울 때('비스티 보이즈', '추격자', '멋진 하루', '황해', '베를린', '더 테러 라이브', '터널' 등) 더욱 열광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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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작 'PMC'가 그 아쉬움을 해소해줄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 30m 지하 벙커 회담장에서 열리는 비밀 작전을 다룬 영화로 하정우는 민간 군사 기업 한국인 용병 에이헵으로 분했다. 2013년 '더 테러 라이브'를 통해 하정우에게 '1인극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안겨준 김병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대감을 높인다.

어쩌면 올여름 하정우는 또 한 번 두 집 살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신과함께-인과 연'이 8월 개봉을 앞두고 있고, 'PMC' 역시 극성수기인 여름 시장에 개봉할 가능성이 크다. 배우에게는 심신이 피곤한 일정일 테지만, 빅카드를 놓치고 싶지 않은 투자배급사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이렇게 하정우는 영화계 내부자들은 물론 수천만의 관객들에게도 마음속 '스페셜 원'으로 완연히 자리매김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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