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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죽을 때까지 사죄"…고준희양 유기사건 현장검증(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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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고준희양 친부 고모씨(37)가 4일 자택인 전북 완주군 한 아파트에서 ' 고준희양 사체유기'에 대한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2017.1.4/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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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스1) 이정민 기자,박슬용 기자 = “마스크 벗어라, 얼굴 내밀어라. 파렴치한 놈 같으니라고….”

4일 오전 9시50분께 전북 완주군 봉동읍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모여 고성을 지르고 욕설을 내뱉었다.

고준희양의 친부 고모씨(37)와 내연녀 이모씨(36)가 경찰 호송차량을 타고 나타나면서다.

전주 덕진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 준희양 유기사건으로 고씨와 이씨, 이씨의 어머니 김모씨(62)에 대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이곳 아파트는 준희양이 지난해 1월 고씨와 이씨에게 맡겨진 뒤 같은 해 4월26일 숨지기 전까지 거주했던 곳이다.

특히 고씨가 다닌 회사 동료가 모여 사는 아파트였기에 주민들의 충격은 이만저만 아니었다.

도착한 차량에서는 고씨만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두꺼운 점퍼를 껴입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동승한 이씨는 보이지 않았다. 급체를 해서 힘들다며 현장검증을 거부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었다.

이날 현장검증은 경찰 2개 기동대 60여명의 인원이 투입돼 삼엄한 경비 속에 이뤄졌다.

형사들은 아파트 내부에 고씨를 데리고 들어가 준희양이 숨진 상황을 재연했다.

그는 주방에서 30㎝ 쇠 자를 들더니 준희양 대역으로 경찰이 준비한 마네킹을 수차례 때리는 시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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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희양 친부 고모씨(37)가 4일 자택인 전북 완주군 한 아파트에서 '고준희양 사체유기'에 대한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2017.1.4/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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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는 지난해 3월 말 끼니를 제 때 먹지 않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준희양 발목을 여러 차례 밟은 모습도 재연했다.

경찰은 자택 내부에서 고씨가 전체적인 범행 과정을 재연하도록 하며 진술 등이 일치하는지 살펴봤다.

20분가량 아파트 안에서 현장검증을 마치고 나온 뒤 준희양을 차량에 싣는 장면도 재연했다.

그동안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했던 고씨는 이 때 말문을 열었다.

쏟아지는 취재진 질문에 고씨는 “폭행을 한 부분은 있지만 준희를 죽이지 않았다”며 “아이의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준희한테 너무 미안하다. 죽을 때까지 미안하다”며 “평생 반성하고 준희에게 사죄하며 살겠다”고 말한 뒤 호송차량에 올랐다.

이후 고씨를 태운 호송차량은 김씨의 인후동 자택을 재현한 전주 덕진경찰서로 향했다.

고씨와 김씨는 숨진 준희양을 유기하기까지 범행 공모 과정을 연출했다.

김씨는 “지난해 4월26일 오전 준희를 데리고 고씨와 이씨가 나를 찾아왔다”며 “숨진 준희 체온이 느껴졌다. 셋이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진술대로라면 고씨와 이씨는 숨진 준희양을 김씨 자택에 맡기고 오후 출근을 위해 봉동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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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희양 친부 고모씨(37)가 4일 준희양의 사체를 유기한 전북 군산시 내초동 한 야산에서 '고준희양 사체유기'에 대한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고씨는 앞서 완주 자택에서 이뤄진 현장검증 후 '폭행을 저지른 부분은 있지만 준희를 죽이지 않았다'며 '평생을 반성하고 준희에게 사죄하며 살겠다'라고 말했다.2017.1.4/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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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자정이 넘어 퇴근한 고씨는 김씨 자택을 찾아간 뒤 삽과 준희양 사체를 김씨의 차량 뒷좌석에 싣고 군산 내초동의 야산으로 갔다고 했다.

야산에 도착한 고씨와 김씨는 형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준희양을 암매장하는 과정을 10분간 재연했다.

이날 오후 12시30분까지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이들은 덤덤하게 범행 장면을 재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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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고준희양 사체 유기장소인 군산시 내초동 한 야산에 인근 주민이 가져온 간식이 놓여져 있다. 현장검증에 나온 이 주민은 '아이가 불쌍하다 사랑을 받아야 할 나이에 나쁜 부모를 만났다'며 '손녀가 생각나서 초코파이 한상자와 딸기우유를 가져다 놓았다'며 추모의 뜻을 전했다.2017.1.4/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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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검증이 끝나고 모두가 떠나고 준희양이 묻혔던 자리에는 누군가 가져다 놓은 초코파이 한 상자와 딸기 우유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전주 덕진경찰서는 구속된 고씨와 이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 적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내연녀 어머니 김모씨(62) 등 3명 모두에게 적용된 사체유기 혐의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유지된다.
ljm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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