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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준희양 친부 “딸을 죽이지 않았다” 현장검증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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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유기 태연히 재연하자… 주민들 “사람이 할 짓이냐” 맹비난

고준희(5)양의 시신을 유기한 뒤 8개월 동안 이를 숨기고 실종됐다고 거짓 신고한 친부 고모(37)씨에 대한 현장검증이 잇따라 이뤄졌다. 그는 자택에서 딸의 시신을 차량에 옮겨 군산의 한 야산에 암매장하기까지 전 과정을 태연히 재연했다.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은 “사람으로서 할 짓이냐”며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4일 오전 10시부터 완주군 봉동읍 용암리 한 기업체 사원 아파트에서 폭행·학대 등으로 숨진 준희양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에 대한 현장검증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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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희(5)양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친부 고모(37)씨가 4일 오전 전북 완주군 봉동읍 한 아파트에서 열린 현장검증을 마치고 잠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당초 경찰은 현장검증에 고씨의 내연녀 이모(36)씨도 함께 참여시켜 진행하려 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거부했다.

경찰은 고씨가 준희양이 아파 병원에 데려가려 차량에 태웠는데 이미 숨져 있어 전주 인후동 이씨 어머니 김모(62)씨 집으로 옮긴 뒤 한밤 중 야산에 묻었다고 주장한 점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경찰은 이 과정을 통해 그동안 고씨의 주장에 대한 신빙성을 타진하고 수사에서 드러난 증거와 정황 등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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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37)씨가 4일 오전 전북 완주군 봉동읍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준희양 대역으로 준비한 마네킹을 차량에 실은 뒤 탑승하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이날 두툼한 점퍼에 달린 모자를 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고씨는 자택과 아파트 앞 주차장에서 40여분간 잇따라 이뤄진 현장검증에서 비교적 태연히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먼저 아파트에서 들어선 고씨는 30㎝ 자를 들어 경찰이 준희양 대역으로 준비한 마네킹의 등과 엉덩이를 수차례 때리는 시늉을 했다. 그는 “지난해 1월29일 친모로부터 준희를 데려왔는데, 말을 듣지 않아 이 자로 때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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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37)씨가 4일 오전 전북 완주군 봉동읍 아파트 자택에서 준희(5)양 대역으로 준비한 마네킹을 안고 나와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고씨는 지난해 3월 말 밥을 제대로 먹지 않고 내연녀 이모(36)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준희양 발목을 여러 차례 밟은 모습도 재연했다.

이어 아파트를 나온 고씨는 준희양을 차량에 싣는 장면도 연출했다. 그는 “준희를 차에 실었는데 숨을 쉬지 않아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고씨는 취재진에게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점 죽을 때까지 반성하며 살겠다”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준희를 학대해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지켜본 주민 30여명은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런 짓을 했느냐. 살인자의 얼굴을 공개하라”고 고함치며 욕설을 내뱉었다.

동네 주민 임모(63)씨는 “평소 안면이 있었던 사람인데 어떻게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끔찍하다”며 “아이가 너무 불쌍하고 이웃이 함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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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전북 완주군 봉동읍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고준희(5)양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친부 고모(37)씨에 대한 현장검증을 침통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김동욱 기자


고씨의 직장 동료이자 같은 아파트에 사는 김모(41)씨는 “준희보다 1살 어린 우리 아이 때문에 놀이터에서 고씨와 내연녀 이씨, 이씨의 어머니 김모(62)씨 모두 자주 만났었다”며 “이들은 이씨의 아들만 데리고 놀아줬을 뿐 준희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이들이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 일을 저질렀다는 소식에 며칠 간 잠조차 제대로 못잤다”며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될 일을 저지른 이가 이웃에 살았다는 생각만 하면 아직도 몸서리가 처진다”고 탄식했다.

주민들은 준희양이 생활했던 집 현관 앞에 국화와 과자, 편지 등을 놓고 추모했다.

고씨는 이어 준희양의 시신을 유기한 군산시 내초동 한 야산에서 땅을 파고 묻는 장면을 재연했다.

그는 “지난 4월26일 김씨와 공모해 숨진 딸을 군산의 한 야산에 유기했다”고 지난 달 28일 자백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준희가 숨지면 생모와의 이혼소송과 양육비 문제에 영향을 끼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고씨와 이씨에 대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추가해 조만간 김씨와 함께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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