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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만 13세도 형사처벌…소년범 엄중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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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청소년폭력 예방대책’ 확정

정부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부산 중학생 집단폭행 사건,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등으로 청소년 범죄를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었던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처벌을 강화한다고 청소년 폭력이 예방되지는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22일 정부는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 예방대책’을 확정했다. 소년사법체계를 개편해 처벌 대상을 늘리고 강력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 형법과 소년법에 따르면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는 보호관찰 등 보호처분으로 대신하며 만 10세 미만은 보호처분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살인·강도·강간 등을 저지른 소년범은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소년범의 경우 형사법원 판사가 가정법원 소년부 판사에게 사건을 이송해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는데 특정 강력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은 소년부 송치를 제한하도록 법률을 개정할 계획이다.

형법상 형사미성년자 연령이 정해진 1953년과 지금의 청소년 폭력 실태가 많이 달라졌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초등학생은 면제하더라도 중학생이 되는 13세부터는 형사책임을 안기는 것이 적절하다는 시각도 있다. 소년범 처벌이 강화되면 범죄 수준의 폭력행위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면밀한 검토 없이 여론에 떠밀려 엄벌주의를 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연수원의 2016년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5년 범죄를 저지른 10~13세 촉법소년은 45명으로 전체 소년범 5만6962명 가운데 0.1%에 불과하다. 살인·강도·성폭력·방화 등을 저지른 강력범죄자 중 소년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6년 8.8%에서 2011년 13.8%까지 올랐다가 2015년 8.5%로 다시 떨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이유에 대해 “소년범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으며 신체적·정신적 성숙도가 향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범죄예방 효과가 얼마나 큰지 검토했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자료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경래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오히려 요즘 청소년들이 정신적으로는 더 미성숙하다고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며 “여러 통계를 살필 때 소년법의 보호와 교화 기능을 약화시키고 엄벌주의에 포섭될 만큼 소년 범죄가 심각하다고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일환으로 학교폭력 사건 처리 개선책도 마련했다. 지금까지는 아무리 경미한 사건이라도 반드시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어 처리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단순·경미한 사안일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가 화해하면 학교장이 자체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폭력 관련 재심·소송이 증가하는 등 현장에서 불필요한 갈등이 심해진 데 따른 조치다. 다만 학교장이 사건을 은폐하지 못하도록 자체 해결 후에도 반드시 교육청 등에 보고하도록 했다. 또 학교폭력 가해자 조치사항을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문제는 내년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시·도교육청, 교원단체 등과 협의해 개선안을 만들 계획이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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