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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미, 30년 만의 최대 부자 감세 결국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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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일 새벽 상원 통과…하원은 규정 위반 탓 20일 오전 재투표

법인세 35%→21%,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 39.6→37%로 인하

민주당 “중산층한테서 기념비적이고 뻔뻔한 도둑질” 비판



미국 기업과 부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대형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된다. 상원에 이어 하원도 20일 향후 10년간 1조5000억달러(약 1620조원)를 깎아주는 세제 개편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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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은 20일 새벽 세제 개편안을 51 대 48로 통과시켰다. 앞서 하원도 19일 227표 대 203표로 이를 통과시켰으나, 법안에 포함된 3개 조항이 상원 예산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돼 20일 오전 하원 재투표가 이뤄질 예정이다.

임기 첫해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승리로 기록될 감세안은 1986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후 31년 만의 최대 규모다. 공화당이 상·하원 안을 조율해 확정한 감세안은 법인세 최고 세율을 현행 35%에서 21%로 인하하고,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은 39.6%에서 37%로 낮추는 게 핵심이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표결에 앞서 “워싱턴의 주머니에서 돈을 가져다가 중산층의 주머니에 돌려주려 한다”고 자평했다. 반면 19일 소속 하원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원내대표는 “간단히 말해 도둑질이다. 미국 중산층과, 중산층이 되길 갈망하는 모든 사람들한테서 훔친 기념비적이고 뻔뻔한 도둑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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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 ‘세금 정책 센터’의 자료를 보면, 내년 2월부터 감세가 시행되면 1인당 연평균 1600달러의 세금이 줄고 세후 소득은 2.2% 늘어날 전망이다.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 가장 큰 혜택은 가장 부유한 기업과 가계에 돌아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법인세율 대폭 인하로 10년간 감세액 1조5000억달러 가운데 1조달러(약 1082조원)가 법인세 인하분이다. 감세안은 또 기업이 감면 혜택을 받더라도 최소 20% 세율을 적용해오던 대체최소세를 폐지했다. 외국에서 번 돈을 본국으로 송금할 때 부과하는 송환세도 35%에서 8~15.5%로 크게 낮췄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일부 업종에서는 30% 이상 수익이 늘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높은 법인세율을 적용받아온 정유·철도·항공·은행·유통 업계가 대표적인 수혜 업종이다.

공화당은 조세 부담이 적어진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늘리면 중산층까지 혜택이 돌아가는 낙수효과가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싱크탱크 조세재단은 장기적으로 1.7%의 국내총생산(GDP) 상승 효과가 나타나고, 임금 인상 효과는 1.5%, 정규직 일자리 증가는 33만9000개에 이른다는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의회 전문지 <더 힐>은 “대부분의 분석에 의해서 이는 상당 부분 거짓 약속임이 확인됐다”며 “노동자들한테는 감세 혜택의 4분의 1 또는 그 이하만 돌아가고, 그나마도 고소득 노동자가 혜택을 가져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2.6%포인트 낮아지는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의 경우 2025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상속세 면제 기준(개인)이 기존 560만달러(약 61억원)에서 1120만달러(약 121억원)로 올라가면서 부자들이 상속세 부담을 덜게 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세금 정책 센터 자료를 인용해 “연소득 2만5000달러 이하 가정은 평균 60달러의 감면을 받지만, 연소득 73만3000달러 이상 가구는 평균 5만1000달러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의회예산국과 조세합동위원회는 대규모 감세로 10년간 1조달러(약 1082조원) 이상 정부 부채가 늘고, 경제 활성화로 인한 세수 증대는 400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분석한다. 재정적자로 메디케어 등 공공의료 지출이 삭감돼 노인과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안에 대해 트위터에 “중산층에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라고 자찬했다. <뉴욕 타임스>는 “사모펀드 매니저,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세무 일거리가 늘어나는 회계사와 변호사 등이 수혜를 보게 된다”며 “누구보다도 승자는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라고 꼬집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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