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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진상조사위 "블랙리스트 피해 건수 267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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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건수가 2670건으로 집계됐다. 성남시·충북도 등 지자체도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블랙리스트에 올린 사유는 2000년에 나온 ‘안티조선 지식인 선언명단’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또 블랙리스트 실행 논의에 경찰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20일 서울 종로구 KT빌딩에서 이같은 내용의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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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블랙리스트 명단은 1만1000여건이다. 이 중 검열·지원 배제·사찰 등 피해를 본 건수는 개인이 1898건, 단체가 772건이다. 이번 발표는 2008년 8월 27일 만들어진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부터 2017년 7월서울중앙지법이 블랙리스트 사건 판결문에 첨부한 범죄일람표까지 약 10년에 걸쳐 작성된 블랙리스트 12건을 조사한 결과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민간단체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블랙리스트 대상이 됐다. 문체부 예술정책과가 관리한 블랙리스트에 ‘2016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음악 지원 사업과 관련해 ‘안산, 전주, 충북, 성남시’가 오른 것이 확인됐다. 네 지자체 모두 민주당 출신 시장·도지사를 두고 있었다. 진상조사위는 “‘B(8.10)’이라 기재된 것은 청와대 지시가 내려왔다는 표기로, 청와대가 배제 지시를 직접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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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직원이 국가정보원 간부는 물론 경찰청 정보국 경감과 블랙리스트 관련 사업 정보를 공유한 문자메시지도 공개됐다. 문체부 과장은 국정원·경찰청 간부에게 “예술영화전용관 사업 심의결과 지원작품편수가 수정의결됐다”며 “지원받는 영화의 풀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 부분에 대해서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철저히 책임지고 관리할 계획”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유로는 2000년 ‘안티조선 지식인 선언명단’부터 2006년 문화예술계 민주노동당 지지선언, 2010년 소고기 파동 시국선언 등이 포함됐다. 진상조사위는 “선언명단의 출처는 대부분 국정원으로 추정된다”며 “국정원법에서 금지한 정치 개입 및 민간인 사찰이 오랜 시기 지속됐음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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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위는 또 국정원이 영진위에 최승호 PD(현 MBC 사장)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자백’과 이영 감독의 성소수자 소재 작품 ‘불온한 당신’에 대한 지원 배제를 요구한 사실도 공개했다. 사건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자백’ 시놉시스에 국정원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어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문체부 산하 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특정 예술인의 지원을 배제한 양상도 드러났다. 이들은 심사표·회의록을 조작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아예 사업을 폐지했다. 이로 인해 ‘찾아가는 중국 도서전’에 선정된 김지욱의 ‘느영나영 제주’가 ‘4·3 사태, 강정해군기지 내용 포함’을 이유로 문체부 지시에 따라 배제됐다.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박시백 ‘조선왕조실록’도 탈락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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