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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블랙리스트’ 재판받은 김기춘, ‘화이트리스트’로 다시 검찰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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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69억원 지원 의혹… 피의자 소환

-허현준, 조윤선에 이어 靑 윗선수사 속도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항소심 공판을 마친 김기춘(78)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박근혜 정부 시절 ‘화이트리스트’ 의혹으로 다시 검찰 앞에 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20일 오전 김 전 실장을 피의자로 소환했다.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김 전 실장은 이날 수의를 입은 채 호송차를 타고 검찰청사에 도착했다.

앞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피의자로 불러 17시간 조사한 검찰은 이날 김 전 실장까지 조사하며 당시 청와대 ‘윗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 조사만 남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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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김기춘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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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특정 보수단체에 돈을 대주라며 전국경제인연합을 압박한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앞서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의 공소장에는 김 전 실장을 비롯해 조윤선, 현기환, 박준우 전 정무수석이 공범으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정무수석들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검찰이 이제 이들의 상관인 김 전 실장 조사에 나선 것이다.

검찰은 청와대의 압박을 못 이긴 전경련이 2014년 21개 보수단체에 24억원, 2015년엔 31개 단체에 35억원, 2016년엔 23개 단체 10억원 등 총 69억원을 지원한 사실을 확인했다.

점차 액수가 늘어나다가 작년 4월 청와대의 관제시위 의혹이 불거지면서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단체들은 전경련 지원금을 당초 약속했던 사업계획과는 무관한 집회 및 시위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그동안 건강과 재판일정을 이유로 검찰 소환에 불응해왔다. 앞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고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전날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 7년을 구형받았다.

김 전 실장으로선 블랙리스트 공판을 마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셈이다.

검찰은 이번 화이트리스트 사건을 블랙리스트 사건처럼 헌정질서를 뒤흔든 중대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이날 소환한 김 전 실장을 상대로 당시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경위와 청와대 의사결정 과정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이미 박근혜 정부 시절 작성된 관련 문건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우선 공모관계에서 박 전 대통령을 제외했지만 박 전 대통령 조사도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가정보원 상납금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한 뒤 김 전 실장과 전직 정무수석들을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에 이어 화이트리스트로도 또 다시 재판을 받게 되는 셈이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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