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블라인드 채용 성공의 조건

최근 일부 공기업의 인사 채용 불공정 사례들이 적폐청산의 대상이 되는가 하면, '금수저, 흙수저' '스펙 쌓기' '학력차별' 등의 단어들이 취업을 준비하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마음을 매우 아프게 하고 있다. 한편으론 산업체에서 해야 할 일과 채용된 직원의 능력이 서로 맞지 않아 기업체는 이 직원들을 다시 교육시키는 데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채용된 직원은 직무가 본인에게 맞지 않아 퇴직 후 다시 일자리를 찾는 일도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기업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능력 중심의 채용을 실시해야 하며, 직무수행능력 중심의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직무 중심으로 공공기관 직원 채용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후, 서울 노량진의 학원가에 취업 직무수행능력 향상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한 인터넷서점의 집계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8월까지 관련 도서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3.9% 증가했다고 한다. 이처럼 취업을 위한 새로운 사교육은 취업준비생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많은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직무수행능력은 학원 수강이나 취업시험 대비서를 통해 전적으로 배양되는 것이 아닌 아주 일부분에 대한 제한적 이해만 가능할 뿐이다.

이 땅의 젊은이 중 69만7000명(2016년 교육통계)이 재학하고 있는 전국의 137개 전문대학은 직무 중심, 능력 중심의 토대가 되는 직업교육을 꾸준히 시행해 왔다. 무엇보다 전문대학은 '국가사회 발전에 필요한 전문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직업의 의미가 커질수록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그 책임의 막중함을 감당하기 위해 묵묵히 버텨오고 있다. 부족한 국가적 지원과 낮은 사회적 관심 가운데서도 우리 사회와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직무 중심의 교육체제로 완전히 전환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즉, 전문대학은 이미 직무수행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과정을 도입하여 시행해 오고 있고, 많은 전공 분야가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태도 등을 기반으로 교육과정을 바꾼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지 못했던 많은 전문대학들도 등록금이 수년간 동결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자체 경비로 교육과정을 직무 중심으로 전환하는 피나는 노력을 했다.

이제 우리의 직업교육은 '무엇을 알고 있는가'를 넘어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목표가 되는 교육시스템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오로지 실력만을 잣대로 하는 능력 중심 공정사회 도래를 앞당기기 위해선 직업교육 방식의 변화뿐만 아니라 그 이후 채용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즉, 직무 중심 교육과정으로 교육받은 우리 청년들이 진정한 직업인으로서 보람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 채용방식의 변화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현재 문재인정부에서는 공공부문 채용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블라인드 채용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취업준비생을 줄 세우는 대규모 공채 방식이 아니라 채용 직무별로 모집 분야를 세분화하고 직무수행에 필요한 능력에 기반한 채용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학벌과 스펙을 대체할 직무 중심의 명확한 채용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이처럼 기업들이 제시하는 명확한 직무 중심 채용기준은 우리 사회의 불필요한 취업 사교육 비용을 줄여 취업준비생과 부모님들의 경제적 시간적 부담을 한결 덜어줄 것이다.

공정한 채용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기계적인 출퇴근을 반복하는 단순한 직장인이 아닌, 자기가 속한 조직의 진정한 일원으로서 전문직업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는 기업의 동반 발전을 위해 '기업'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지만, 개인과 기업, 나아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한 소중한 여정이 될 것이다.

[황보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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