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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황병일 수면칼럼 – 침대는 단순한 가구일까, 과학일까, 생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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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픽사베이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르게 직립보행을 하면서 보다 편안한 잠자리를 원했다. 두 발로 걷고 뛰면서 중력으로 체중이 아래로 몰렸고 피곤한 몸으로 저녁을 맞게 되었다. 사냥을 하고 돌아와 휴식을 위해 앉고 눕는 자리는 편해야 했다. 당시 구할 수 있는 지푸라기, 동물의 털 등을 모아서 바닥에 사용했을 것이다.

추위로 인해 점차 바닥에서 떨어져 위로 잠자리가 올려지면서 침대가 생겨났다고 전해진다.

중세에는 침대가 잠을 자는 곳이기도 했지만, 거실에 두는 자신의 신분과 권력을 상징하는 화려한 장식용 가구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귀금속 장식과 호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바닥에 카펫을 깔고 4개의 기둥에 커튼을 달았고 낮에는 소파 밤에는 커튼을 닫아 잠자리로 사용했다. 일부 귀족층에서 누렸던 침실이며 일반 서민하고는 거리가 먼 잠자리였다.

한 공간에서 여럿이서 잠을 잤던 시절에는 누가 어디서 자느냐는 가족 서열로 결정되었다. 부모가 가장 안락한 곳을 사용했고, 아이는 그 다음이었다. 쥐가 드나들지 못하게 단속을 했고 벌레가 없는지 확인하고 불을 껐다. 천장을 내 집 드나들듯이 다니는 쥐로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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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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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고종황제가 러시아에서 들여온 침대를 사용하면서 침대가 처음 사용되었다. 100년이 넘은 역사다. 부를 상징하는 침대로 일부 귀족 층만 사용했던 것이 19세기 후반 스프링침대가 개발되면서 매트리스라는 개념으로 대중화되면서 실용적인 면이 강화되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이 광고 하나로 한 침대회사는 매출신장을 이룬다. 한동안 이 광고는 히트를 쳤다. 당시 사람들이 과학이란 단어에 매료된 것이다. 지금 같이 인문학과 인터넷이 공존하는 시대에 이와 같은 광고를 하면 먹혔을까? 자문해 본다.

과학이란 단어에서는 차가움, 엄정함, 규율, 원리, 원칙, 정형화 등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산업발전, 신도시 건설 등으로 분주했던 90년대 먹혔던 광고였다. 자아, 사랑, 따뜻함, 배려, 쉼, 재충전, 치유, 혜택 등이 인간중심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고 가는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인간과 연결되는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다.

사랑하는 사이에서 침대는 어떤 의미일까? 사랑의 공유공간이다. 얘기하고 놀고 꿈꾸는 장소다. 새 생명이 잉태하는 위대한 곳이다. 동시에 수면 습관이 달라 곤란을 겪는 곳이기도 하다.

병실에 있는 환자에게 침대는 어떤 의미일까? 수술하고 회복하며 링거를 맞고, 밥을 먹고, 책을 읽고, TV를 보고,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난다. 때때로 환자에게 불안한 마음을 들게 하는 곳이다. 수술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결과를 기다리는 장소다.

침대에 누워 창 밖의 풍경을 보며 희망을 엿본다. 수술할 수 있다는 결과에 기뻐 어쩔 줄 모르는 환자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하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죽음을 맞이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침대에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침대에서 마무리 한다. 사랑을 나누고 위대한 생명이 탄생하는 곳이다. 때로는 슬픔의 눈물을 받아주고 고독한 몸부림을 품어주는 친구 같은 존재다. 병으로 아파서 끙끙거리는 아픔을 온 몸으로 받아준 침대다. 잠을 자며 신비한 치유가 일어나는 신비로운 연결 고리다.

세상에 나오는 장소이자, 무덤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머무는 장소가 침대다. 과학이란표현보다 깊은 내면의 정이 흐르는 곳이다. 이 곳에는 생명이 있고, 눈물이 있다. 더불어 꿈을 꾸고 희망을 엿보게 해주는 안식처가 되어준다.

[황병일 미라클수면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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