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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물가안정이라고?]①한우 뛰고 오징어 나는데…"현실과 너무 다른 물가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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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65%↑…한우·양파·고춧가루·귤 두자릿수 상승

무 30%↓…채소류 대부분 내렸으나 주요 품목 올라

[편집자주] 최근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보다 1.3%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연중 최저수준 상승률'로 '물가가 안정됐다'는 숱한 분석의 배경이 됐다. 그러나 물가가 안정됐다는 분석에 동의하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다. 마트와 전통시장 현장에서 만난 주부들은 "고기·생선·공산품 물가는 오히려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인 주부는 "도쿄보다 서울 물가가 더 비싸다"고 말했다. <뉴스1>이 체감 물가를 주도하는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을 실제 비교한 결과는 주부들의 증언을 뒷받침해 준다. 올해 유난히 추운 연말을 보내는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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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정혜민 기자,김민석 기자 = # 30평대 아파트에 사는 최모(여·53·경기도 양주시)씨는 요즘 장보기가 두렵다. 장바구니에 물건을 몇 개 담지도 않았는데 10만원을 넘기 일쑤여서다.

특히 오징어와 삼겹살 등 어류와 육류 가격이 올라 이들 품목 소비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고 한다. 작년만 해도 일주일에 한 번 올리던 고기 반찬을 최씨네 밥상에서 이제 보기 어렵다. 최씨는 "물가안정이란 말이 왜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지었다.

정부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후 '물가안정' 전망이 쏟아지지만 최씨 같은 서민 소비자들은 "믿지 못 하겠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른바 '체감 물가'를 감당하기 힘들어서 물가안정이 다른 나라 일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실제 오징어를 포함해 마른멸치·한우·고춧가루·감귤 등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연말 '밥상 물가'가 심상치 않다.

<뉴스1>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격통계(KAMIS) 사이트를 통해 이달 15일 현재 주요 70여 개 농축수산물의 소비자 판매 평균 가격을 평년(직전 5년 평균)가와 비교한 결과 이 중 약 45.9%인 34개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승 품목 가운데 물오징어 한 마리(2703원→4481원) 가격은 65.8% 뛰었다. 냉동 오징어 한 마리(2148원→3561원)도 65.8% 치솟았다. 중국어선의 싹쓸이 조업 여파와 기후 변화로 이른바 '금징어(금과 오징어 합성어)'가 됐다는 분석이다.

새해를 앞두고 한우 가격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한우불고기(1등급·100g 기준 )도 3793원에서 4769원으로 25.7% 올랐고 한우등심도 6938원에서 8334원으로 20.1% 상승했다. 고춧가루(1kg·2만969원→3만1226원)는 48.9% 급등했다.

다만 작년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가격 변동이 심했던 닭고기(1kg·5509원→5306원)와 계란(특란 30알·5842원→5672원)은 3.7%, 2.9%씩 소폭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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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가격이 폭등했다가 안정세에 접어든 무를 비롯한 상당수 채소류 가격은 하락했으나 양파·배추·시금치 등 장바구니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품목 오히려 값이 올랐다.

무 가격(10개 기준)은 2189원에서 1513원으로 30.9% 급락했지만 배추(1포기·2625원→2635원)·시금치(1kg·4819원→5114원)·양파(1kg·1839원→2109원)는 0.4%, 6.1%, 14.7%씩 올랐다.

경상남도 창원에 사는 박영숙(여·65)씨는 "채소류 대부분 가격이 내려도 밥상에 자주오른 식재료가 오르면 부담스럽다"며 "장 보는 입장에선 피망 가격 내린 것보다 양팟값이 오른 것이 더 와닿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말 물가 변동 추이를 놓고 '물가상승 국면'이라고 판단하기 쉽지 않지만 밥상 물가가 심상치 않아 소비자들은 '물가 안정'을 체감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기침체와 고용불안 우려가 지속되면서 서민들은 밥상 물가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 국적의 소비자 조차 "서울 밥상물가가 너무 비싸다"고 혀를 내두른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매출 감소로 생계를 위협받아 물가안정 전망에 낯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물가 지수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 한다'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정부가 460개 품목에 대한 물가지수 산정 과정에서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품목과 소비자들이 실제 자주 사는 품목이 다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장바구니 안 품목 가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물가를 체감하는 경향이 있다"며 "공식 물가 지표를 보고 일반 소비자들은 '괴리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인실 서강대학교대학원 경제학과 교수는 "원가 인상을 비롯해 대외 환경 영향을 많이 받는 농축수산물 가격의 변동성은 원래 크다"며 "이들 품목의 물가는 하락한다, 상승한다 쉽게 판단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mr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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