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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대학병원 신생아 넷 연쇄 사망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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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 원인불명 미숙아 심정지

이례적 집단 사망, 사인은 못 찾아

질본 “4명 중 2명 괴사성 장염”

병원 “앓은 적 없다” 주장 엇갈려

경찰 조사 착수, 오늘 부검키로

서울 이화여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신생아 4명이 16일 밤에 잇따라 숨졌다. 1시간21분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사망 원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병원 측은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경찰과 보건당국이 진상을 규명 중이다.

서울 양천경찰서와 서울경찰청은 17일 이 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과 관련해 근무 의사와 당직 간호사 등 5명과 피해자 4명의 가족을 모두 조사했다. 서울경찰청은 광역수사대 의료사고전담팀을 투입했다. 18일 오전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진행한다.

정혜원 이대목동병원 병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 16일 오후 5시40분쯤부터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4명의 환아에서 심정지가 발생했고, 심폐소생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매우 이례적인 불행한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관계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이른 시일 내 사태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병원 측의 설명은 사망 경위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지 못했다. 신생아의 사망 전 상태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4명 중 2명이 괴사성 장염을 앓았다. 이 병은 대장 부위에 염증이 생겨 괴사하는 질환으로 미숙아에게 자주 나타난다. 사망 신생아의 한 가족은 “사망 전 일부 신생아의 배가 가스에 찬 듯 볼록했고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반면 병원 측은 “사망 신생아 중에 괴사성 장염을 앓은 아이는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 가족은 “낮에 심박 수가 200이 넘어가 인큐베이터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감염병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기본적으로 사인은 부검 결과를 봐야 하지만 감염병이 발생해도 동시에 사망하는 일은 거의 없다. 집단 감염병 발병이었다면 사전에 증세가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홍정익 질병관리본부 위기대응총괄과장은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던 아이들에게 고열이나 심한 설사 등 이상 증세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사망 신생아 가족들도 경찰 조사에서 사건 발생 수 시간 전까지 아이에게 이상 증세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피수영(전 서울아산병원 교수) 대한신생아학회 명예회장은 “신생아 4명이 거의 동시에 사망했다. 인큐베이터 고장이나 감염병으로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다”고 말했다.

양천경찰서는 16일 오후 11시7분 신고를 접수한 뒤 의료진·유족 등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112 신고는 신생아의 가족 중 한 명이 했다. 이튿날 오전 1시쯤 관할 보건소가 신생아 연쇄 사망을 알게 된 것도 병원이 아닌 경찰의 연락을 받고서였다.

조한대·하준호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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