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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연합시론] '하인리히 법칙' 생각하게 하는 미숙아 사망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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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울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미숙아 4명이 1시간 21분 사이에 잇따라 숨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참사가 벌어졌다. 의료계에서도 이런 일은 전례가 없다고 한다. 사고 직후 유족은 아기들의 배가 볼록했고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며 의료진의 실수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런데 병원 측은 '이례적인 일'이고 원인도 모르겠다고 한다. 이렇게 큰일이 터졌는데 '이례적'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지 말문이 막힌다.

이대목동병원에 따르면 미숙아들이 심장정지 상태에 빠진 것은 16일 오후 5시 40분께부터다. 그 후 의료진이 수차례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약 4시간 뒤인 9시 32분부터 10시 53분까지 81분 사이에 잇따라 숨졌다는 것이다. 혹시 모를 감염 가능성에 대비해 중환자실에 있던 나머지 신생아 12명은 곧바로 타 병원 등에 옮겨졌다. 경찰은 담당 의사와 간호사를 상대로 1차 조사를 했지만 주목할 만한 진술은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미숙아들의 시신을 부검하기로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의 의료사고 전담팀을 즉시 투입했다고 하니 경찰도 상황을 심각하게 보는 것 같다. 질병관리본부도 감염 여부를 가리기 위해 관할 보건서와 함께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미숙아는 조산아 또는 이른둥이라고도 하는데, 임신 37주 미만에 태어난 신생아를 총칭한다. 2005년에는 국내에서 2만498명이 태어나 전체 신생아의 4.8%였던 것이 2015년에는 전체의 6.9%인 3만408명에 달했다. 10년 새 48.3%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숙아 사망의 원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고 한다. 인공호흡 과정에서 생기는 폐렴, 특정 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쇼크, 인공적인 영양분 공급 과정에서 나타나는 괴사성 장염 등이다. 병원 측은 중환자실 내 감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하지만 정확한 사실은 부검과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야 가려질 것이다.

이대목동병원은 이전에도 좋지 않은 일로 몇 차례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가깝게는 지난 9월 중순 생후 5개월 영아한테 투여하던 수액 세트에서 벌레가 나온 일이 있었다. 수액의 제조사 책임과는 별개로 병원 측의 의약품 관리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건을 전해 듣고 '하인리히 법칙'이 떠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큰 사건의 전조가 될 만한 작은 사건이 그동안 이 병원에서 얼마나 더 있었는지 궁금하다. 우선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히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 특히 이 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을 세밀히 들여다보고 진료시스템에 문제가 없었는지 밝혀야 한다. 같은 중환자실에서 4명의 미숙아가 잇따라 심정지를 일으켜 불과 다섯 시간 만에 모두 숨졌다. 진료시스템의 이상이든 담당 의료진의 실수든 일단 병원 측의 문제를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 경찰과 관할 보건소 신고 등 후속 조치가 제시간에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도 살펴볼 문제다. 차제에 정부의 대형병원 관련 정책과 관리가 허술하지 않았는지도 꼼꼼히 짚어봐야 할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19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이 사건에 대한 현안보고를 받는다고 한다. 사건의 심각성을 먼저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런 연후에 제대로 보고를 받고 국민이 공감할 만큼 짜임새 있는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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