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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홍준표, 결국 ‘차도살인 당무감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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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유한국당 당무감사 결과 후폭풍 분석

사실상 현역 중엔 친박 서청원·유기준만 박탈

내년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공천권 행사 못해

당협 발판 없이는 2020년 총선 공천도 불확실

서청원, 홍 대표 겨냥 “고얀 짓, 못된 것만 배워” 분노

‘홍준표 대선득표 1위’ 부산 3곳 중 2곳이 유기준 지역구

‘자동사망’ 최경환은 “지역구 관리 잘했다” 칭찬

‘검찰이 알아서 정리’ 홍 대표 의중 반영 관측도

TK 당협위원장 교체는 ‘자진사퇴’ 1명 빼곤 전무

홍 대표와 강효상 비서실장, 대구 당협 맡으면 ‘2차 후폭풍’

바른정당 복당파 7명만 우선 당협위원장 복귀 길 터

나머지 15명은 조직강화특위 통해 위원장직 회복할듯


한겨레

이용구 자유한국당 당무감사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서청원, 유기준, 배덕광, 엄용수 등 현역의원 4명을 포함해 62명의 당협위원장이 교체대상이 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자유한국당이 17일 서청원(8선, 경기 화성갑), 유기준(4선, 부산 서구·동구), 배덕광(재선, 부산 해운대을), 엄용수(초선,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 등 현역의원 4명의 당협위원장직을 박탈했다. 배·엄 두 의원은 비리·불법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이미 당협위원장직이 중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현역 불패’ 관례를 깨고 지역구 관리권을 빼앗긴 의원은 옛 친박계 중진 두 사람뿐인 셈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의원 4명과 원외 58명 등 62명의 당협위원장직을 박탈하는 내용의 당무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내년 6·13 지방선거 기초의원·기초단체장 등의 공천권을 갖기 때문에 2020년 총선 공천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된다. 서·유 의원 등 62명의 당협위원장직 박탈이 사실상 ‘총선 공천 배제’로 읽히는 이유다. 이는 전체 당무감사 대상자 214명 중 28.9%로,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내년 6·13 지방선거를 치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체 폭은 크지 않은 편이다. 지난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 체제 때 이뤄진 19대 총선 공천 물갈이 비율은 46%였다.

교체 폭은 보통이지만 후폭풍은 광폭이 될 전망이다. 특히 홍 대표가 “바퀴벌레, 고름, 암덩어리”라고 지칭했던 옛 친박계 맏형과 중진 의원 2명의 당협위원장직을 박탈하면서 감사의 공정성과는 별개로 ‘표적 감사’, ‘사당화’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국회 최다선인 서 의원에 대한 제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막말을 주고받으며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상태다. 서 의원은 지난 5·9 대선을 앞두고 홍 대표가 직권으로 당원권 정지를 풀어줬지만 당협위원장직 중지는 해제되지 않은 상태다. 서 의원은 이날 홍 대표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당무감사 결과를 보고받고는 “고얀 짓이다. 못된 것만 배웠다. 당의 앞날이 걱정”이라며 분노했다고 한다.

유 의원 역시 최근 당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홍 대표의 막말을 비판하며 각을 세워왔다. 유 의원 쪽은 “당무감사 결과부터 열람해 봐야겠다”며 당황하는 분위기다. 유 의원은 당원 확보 등 당무감사 기준을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때는 부산 16개 선거구 중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이긴 3곳 중 2곳(서구·동구)이 유 의원 지역구이기도 하다. 한 친박 쪽 인사는 “정량평가보다 정성평가를 통한 ‘주관’이 개입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용구 당무감사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당무감사는 어떠한 정치적 고려 없이 계량화해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적·조직 혁신이 완수 단계에 왔다고 선언했던 홍 대표도 당무감사 결과 발표에 앞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탄핵과 분당 과정에서 급조된 당협위원장이 70여명에 이른다는 보고를 받았다. 옥석을 가리지 않으면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기에 부득이하게 당협위원장 정비를 하게 됐다. 일체의 정무판단 없이 계량화된 수치로 엄격히 블라인드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교체 대상 원외 58곳 중 21곳이 탄핵과 분당 이후 채워진 ‘반년짜리 당협위원장’들이다. 앞서 홍 대표는 현 당무감사위원 구성이 전임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꾸려졌다는 점을 들며 공정성을 강조해 왔다. 자유한국당은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탈락자들로부터 재심 신청을 받는다.

당무감사 결과에는 홍 대표가 말한 “친박 자동사망·차도살인”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만간 검찰 기소가 확실한 최경환·이우현 의원 등은 이번 발표에서 빠졌다. 오히려 최 의원에 대해서는 “지역구 관리가 잘 돼 있다”(이용구)는 ‘칭찬’까지 나왔다. ‘알아서 정리’될 것이라는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들은 희비가 갈렸다. 전체 22명의 복당 의원 중 김성태 원내대표(서울 강서울), 정양석(서울 강북갑), 김영우(경기 포천·가평), 홍철호(경기 김포을), 강길부(울산 울주) 의원의 지역구 원외 당협위원장들만 이번 교체 대상에 올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역 의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당 조직강화특위의 당협위원장 선출 심사과정을 통해 복당파 대다수가 당협위원장직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조강특위의 심사 과정에서 친홍계 인사들이 약진할 경우 2차 후폭풍도 예상된다. 특히 대구 사고 지역구(달서병, 북을)에 당협위원장 신청 의사를 밝힌 홍 대표는 물론, 홍 대표 비서실장인 강효상 의원까지 신청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편, 원외 당협위원장 중에는 잦은 돌출 발언과 자질 부족 논란을 일으켰던 류여해 최고위원이 자유한국당 ‘꽃밭’인 서울 서초갑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했다. 자유한국당 7·3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서 ‘깜짝 2등’으로 지도부에 입성한 류 최고위원은 당무감사 결과 발표가 나오자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준표 대표는 후안무치와 배은망덕을 그대로 보여줬다. 홍준표의 ‘사당’에 맞서 적극 투쟁하겠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출마를 준비하던 박민식 전 의원(부산 북구·강서구갑) 역시 탈락했다. 박 전 의원은 홍 대표의 ‘부산시장 후보 전략공천’ 입장에 맞서 ‘후보 경선’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2012년 총선 당시 당 사무총장으로 물갈이 공천 당무감사를 주관했던 권영세 전 의원(서울 영등포을)도 당협위원장직을 잃었다. 김희정(부산 연제), 전하진(경기 성남분당을) 전 의원 등 인지도가 높은 원외 인사들도 물갈이를 피해가지 못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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