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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보험료 카드납부’ 논의 또 원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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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협의체 구성해 다뤘지만

보험업계 “수수료 내려야” 요구

카드업계 “지금도 노마진” 맞서

접점 못 찾아 내년 하반기 재논의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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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소비자 권익을 넓히는 차원에서 추진해 온 ‘신용카드를 통한 보험료 납부 확대 방안’이 보험업계와 카드업계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끝내 무산됐다. 금감원은 내년 하반기에나 관련 논의를 재개할 방침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흥식 금감원장의 직속 자문기구인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 자문위원회’는 최근 보험료 카드결제 확대방안을 자문위 권고안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자문위는 지난 9월 출범 이후 이 문제를 우선 추진과제로 삼아 보험ㆍ카드업계와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8차례 논의를 진행했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보험료 카드결제 확대는 지난 20년간 논란이 거듭된 해묵은 과제다. 1990년대 후반 자동차보험에 처음 도입된 이후 보험상품의 텔레마케팅(TM) 판매가 늘어나면서 보장성보험 등에도 카드 결제는 가능해졌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높은 수수료 부담 때문에 카드결제 허용을 최대한 꺼려왔고, 매월 납입하는 보험에는 신용카드 결제를 아예 거절하거나 가입 후 첫 달(1회차) 보험료만 카드로 받았다.
한국일보

그 결과, 지금도 전체 보험료 가운데 카드납부 비중(작년 기준 평균 9.7%)은 10%를 밑돈다. 그나마 연간 보험료를 한꺼번에 받는 자동차보험이 있는 손해보험 쪽의 비중(19.1%)을 빼면, 생명보험 쪽 비중은 고작 2.2% 수준이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 논의에서도 카드 납부시 내야 하는 수수료율이 최대 쟁점이었다.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할 경우 현재 보험사는 결제금액의 2.2~2.3%를 카드사에 수수료로 내야 하는데, 이는 은행 자동이체 시 보험사가 부담하는 수수료(건당 150~200원)보다 훨씬 비싸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선 카드결제를 확대하려면 수수료를 1%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카드 납부를 할 경우 결국 수수료만큼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어 결국 고객에게 부담이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카드업계는 최대로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0.2~0.3%포인트에 불과하다고 맞선다. 카드사 관계자는 “보험사가 원하는 수준으로 수수료율을 낮추면 ‘대형 가맹점에 특혜를 금지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으로 양측 모두 처벌 받게 된다”며 “지금 카드사가 제시하는 수수료율도 사실상 ‘노마진’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갈리면서 금융당국은 보험료 카드납부 확대 논의를 내년 하반기로 미뤘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가 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보험료를 인상하면 보험료 카드납부 확대가 오히려 소비자에게 손해가 될 우려가 있다”며 “내년 하반기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재산정할 때 인하 여력이 있는지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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