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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홀대` 참은 文…사드보복 완화·평창지원 약속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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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中 정상회담 결산 / 文대통령 시진핑과 세번째 정상회담 평가 ◆

매일경제

文정부, 충칭 임시정부 `그때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중국 충칭 롄화츠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해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 오른쪽 사진은 1945년 11월 3일 환국 20일 전 청사에서 기념촬영하는 임시정부 요인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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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6일 3박4일 일정의 중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경색됐던 양국 관계 정상화, 특히 한중 경제 교류 정상화에 목표를 뒀던 이번 문 대통령의 방중은 인내의 연속이었다. 중국 측의 명백한 의전상 홀대와 계속된 '혼밥', 여기에 한국 취재진에 대한 중국 경호원들의 집단폭행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국빈으로 초대받은 게 맞느냐"는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세 번째 정상회담에서 사실상 사드 갈등을 봉합하는 데 일정 부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적용을 위한 2차 협상에 합의하면서 사실상 중국의 경제 보복이 해제되는 상징적 성과도 이끌어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최대 현안은 북핵이었다. 문 대통령은 방중 전 시 주석에게 중국 역할을 강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4일 한중 정상이 합의한 '한반도 4대 원칙'에는 중국의 구체적인 '실천 조치'가 없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북한의 비핵화보다 미국의 군사 옵션으로 인한 전쟁 가능성을 우려하는 내용이 앞서 발표된 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한중이 동시에 미국을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유엔 제재 동참 이상으로 중국이 독자적인 제재에 나서야 하는데 중국이 불편할 만한 내용들은 모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는 사드 문제가 마침내 봉합 수순에 이르렀고, 중국이 경제 보복 철회를 공식화했다는 점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드 문제와 관련해 우리 안보적 이익은 확실히 보호하면서 중국의 이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지난 7월 문 대통령과 첫 만남 당시 시 주석의 행보를 고려할 때 사드에 대한 이번 중국의 입장은 (기존 입장에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15일 문 대통령을 만나 "한중 경제 채널이 재가동됐다"고 선언하며 "내년 평창올림픽에 중국인을 많이 보내겠다"고 밝힌 것 역시 정부로서는 성과다. 사드 배치 이후 이어졌던 중국의 '경제·관광' 보복이 종료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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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17일 "사드에 따른 한국의 경제 손실이 매일 3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는데,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관광까지 포함한 중국의 경제 보복 해소 선언은 중국에서도 들어주기 싫었던 내용"이라며 "정부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방중기간 중국과 역사 공조를 적극 시도한 것은 국제 정세와 동떨어진 '순진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13일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일에 맞춰 한중 양국이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전선을 공동으로 펼쳤다는 언급을 반복했다.

15일 베이징대 연설에서는 "1932년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 일제의 전승축하기념식을 응징하기 위해 조선 청년 윤봉길이 폭탄을 던졌고 그의 거사로 한국 항일운동은 중국과 더 깊게 손을 잡게 됐다"고 했다.

반면 시 주석은 13일 난징대학살 추모식에 참석해 추모 연설을 하지 않고 위정성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하도록 했다. 위 주석은 "올해는 중·일 국교 정상화 45주년이고 내년은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이라면서 "평화, 우호, 협력의 큰 틀을 기억하고 역사에서 배워 미래로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정제된 언어를 사용했다.

홀대론과 혼밥 논란이 제기됐던 문 대통령 방중에 대해 전문가 사이에서는 "임기 중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국빈카드를 너무 일찍 빼들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중 관계가 아직 정상화에 오르지 않는 시점인 만큼 1박2일 정도의 실무 방문으로 시 주석과 신뢰 쌓기를 우선해야 했다는 것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지만 정상 일정이라 보기 어려울 만큼 일정 간 여유가 있었다. 양국 정상급 인사 간에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식사 일정'은 14일 시 주석과의 만찬, 16일 천민얼 충칭 서기와의 오찬 단 두 번뿐이었다.

정상 외교에서 양국 지도부가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친밀감을 쌓는 데 그치지 않고 양국 현안을 조율하는 내밀한 접촉이 늘어난다는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문 대통령의 혼밥이 너무 많았다는 지적이 일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19차 당 대회에서 새로운 상무위원에 선출된 핵심 인사들과의 상견례 정도는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충칭 = 오수현 기자 / 서울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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