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2 (목)

기자가 규칙위반? 사실아냐…6가지 팩트체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韓中 정상회담 결산 / 일부여론 '中의 기자폭행'에 엉뚱한 화살…전후상황 조목조목 따져보니 ◆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중국 방문 기간 중 전체 청와대 사진기자단을 대표해 '풀(pool)기자'로 활동하던 매일경제신문 기자가 정상적인 취재 활동 중 중국 측 경호원들에게 폭행당한 사고가 발생한 뒤 네티즌들이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내용에 입각해 근거 없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기자가 취재 규칙을 어겼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중국에서 나라 망신을 시켰다'는 주장들이 인터넷 댓글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져 나가면서 여론 왜곡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매일경제는 사고 당시 상황과 원인, 처리 절차 등 논란에 대해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을 짚어봤다.

① 누가, 어떻게 폭행을 시작했나
▷현장 들어가는데 中경호원 폭행

물리적 충돌은 14일 오전 10시 50분께 베이징 '국가회의중심'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에서 문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다른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순간 벌어졌다. 대통령 취재를 위해 입장하려던 매경 사진기자를 중국 경호원이 제지했다. 기자가 청와대 출입기자증과 당일 행사장 취재허가증인 중국어 비표를 제시하며 항의했지만 경호원들은 다짜고짜 기자를 끌고 가 양팔을 제압하고 얼굴을 구타했다. 폭행은 기자가 쓰러진 뒤에도 이어졌고, 구둣발에 맞은 기자의 눈과 코 주위가 골절됐다. 이 모든 상황은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와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도 지켜보고 있었다. 한 목격자는 "중국 경호원들은 애초부터 기자증이나 비표는 쳐다보지도 않았다"면서 "기자를 끌고 갈 때부터 살기가 느껴져 두려웠다"고 전했다. 중국 공안은 피해자 조사에서 쌍방 구타 여부를 물었다. 이에 대해 피해 기자는 "양팔을 제압당한 상태에서 얼굴을 가격당하고 쓰러진 상태라 대응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서도 중국 경호원들이 한국 기자를 일방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② 기자들의 현장 취재 적법했나
▷사전조율 포토라인 확실히 지켜

일부 네티즌들은 "기자들이 경호 라인을 넘어 취재하다 화를 자초했다"고 주장한다. 중국 경호원들의 행동이 너무 비상식적이어서 이렇게 추측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을 확인해보면 전혀 근거 없는 추측이다. 대통령 순방 취재 시엔 청와대 경호처와 상대국 경호당국이 언론 취재 동선을 사전에 조율해 합의한다. 이번 방중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청와대 사진기자단은 13일 베이징 공항 도착 때부터 중국 측의 과도한 취재 제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대통령의 공항 도착 장면 촬영을 중국 측이 사전에 합의한 룰보다 훨씬 더 엄격히 제한한 것이다. 한국 사진기자들은 이날 프레스센터 도착 후 대책회의를 열고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사고 예방 노력에도 결국 다음날 오전 일이 터지고 말았다. 행사장에서 한국 기자들이 청와대 기자증과 중국어 비표를 제시했지만 중국 경호원들은 양국이 합의한 3m보다 훨씬 더 먼 거리에서 기자들을 제지했다. 현장에 있던 한국 매체 기자는 "오히려 일반인들이 문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접근해 청와대 기자들은 대통령이 무슨 발언을 하는지 받아 적을 수도 없는 거리에 있었다"고 전했다.

매일경제

③ 폭행 사건이 정상회담에 악영향?
▷폭행·회담 별개…순조롭게 진행

"기자들이 사고를 쳐서 방중 성과가 왜곡됐다"는 주장도 왜곡됐다. 대통령 국빈방문 행사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한 안타까움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기자 폭행 사건은 엄연히 우리가 피해자고, 중국 측이 가해자다. 부채의식은 우리가 아닌 중국이 갖는 게 정상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사건에 대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유감을 표명했을 때 중국 측도 심각성에 대해 공감한다고 답했다. 따라서 '매일경제 기자가 폭행 사고를 일으켜 회담 분위기를 망쳤다'는 식의 반응은 정치적 의도를 내포한 악의적인 비난이다. 14일 저녁 정상회담이 끝난 뒤 청와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관계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내놓은 점을 들어 성공적 정상회담이라고 평가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회담 직후 매경 기자를 병문안한 자리에서 "기자가 액땜을 해줘서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끝났다"고 위로했다.

④ 중국 측 책임자의 사과 있었나
▷中관계자 유감표시 전혀 없어

국빈방문한 외국 정상의 공식 취재기자가 자국에서 야만적 폭행을 당했는데도 도의적 책임과 유감을 표시한 중국인은 한 명도 없었다. 폭행을 당한 매경 기자가 14일 오후 베이징 시내의 병원에 입원해 15일 오전 한국으로 귀국할 때까지 병실을 찾은 인사는 청와대 정의용 실장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주중 대사관 정무공사와 총영사 등이다. 하지만 정작 지휘 책임이 있는 중국 공안과 외교부는 물론 직접 가해 당사자인 경호 용역업체에선 어느 누구도 사과하러 오지 않았다. 정의용 실장은 16일 기내 간담회에서 "중국 정부에 강력한 항의를 전달했다"면서 "중국 측은 조사 결과에 따라 분명한 책임 소재를 확인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⑤ 한국 언론의 유난인가
▷국제기자연맹도 中태도 비판

국빈방문을 취재하는 기자에 대한 폭행은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폭행을 넘어 외교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될 만큼 엄중한 사건이다. 이번 사건 이후 미국 일본 유럽 등 각국 외신과 전 세계 언론단체가 중국을 비난하고 나선 것도 같은 이유다. 한국 언론이 유난을 떤다는 일부의 비난은 정치적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한 편파적인 비판이다. 매경 기자가 폭행 사고를 당한 직후 전국언론노조 등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 언론단체에서도 중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베이징 주재 외신기자클럽을 시작으로 국제기자연맹(IFJ), 국경없는기자회(RSF) 등도 성명을 통해 중국에 엄정 조사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RSF는 "(이번 폭행 사건은) 중국 내 외국인 언론인들의 악화된 상황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취재 제한과 폭력적 통제는 국제사회에서도 악명이 높다. RSF가 발표한 세계언론자유 순위에 따르면 중국은 176위로 최하위권이다.

⑥ 해외순방 취재, 공짜인가
▷1인당 400만원씩 내고 동행

이번 사건 관련 기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댓글 중 하나는 '청와대 기자들이 예산으로 공짜 취재를 다닌다'는 주장이다. 대통령 해외순방 취재 비용에 대해 언론사 각자 부담 원칙이 자리 잡은 것은 이미 20년도 넘었다. 청와대 수행기자단은 모든 해외순방 취재에 언론사별로 출장 인원에 따라 비용을 지불한다. 이번 방중 행사의 경우 매일경제는 피해 기자 등 2명의 취재 비용으로 약 809만원을 지불했다. 일반 민항기보다 약간 넓은 전세기 구조와 인터넷 등 프레스센터 운영 비용이 포함되다 보니 해외여행보다 훨씬 비싸다. 이번 방중 행사도 13~16일 3박4일에 불과했지만 1인당 비용은 404만4600원으로, 일반인 평균 3박4일 중국 여행 비용보다 몇 배나 높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