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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김동환의 일요세상] 지하철에 버린 집안 쓰레기…비양심의 끝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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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촬영 중. 승강장 휴지통에 가정용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

최근 인천지하철을 이용하던 승객 이모(30)씨는 역사 내 휴지통에 붙은 경고문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루에도 수많은 승객들이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그것도 보는 눈이 많은 역사 승강장 휴지통에 집안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정말 있냐는 거다.

이씨는 “지금까지 그런 사람을 본 적은 없다”며 “물론 어딘가에 있으니 이런 경고문도 나오는 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17일 인천교통공사에 따르면 인천지하철 1·2호선 총 56개역 중 일부가 가정용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역사 휴지통은 그나마 양반이다. 역 별로 수거한 쓰레기를 외부에 내놓는 장소가 있는데, 그곳에서는 더욱 자주 가정 쓰레기가 발견된다고 공사 관계자는 밝혔다.

봉투 값 아끼자고 출퇴근 혹은 외출하는 도중 집에서 가져온 쓰레기를 몰래 놓고 간다는 거다.

특히 보이지 않게 담은 음식물쓰레기가 나오는 탓에 청소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세계일보

인천지하철 승객 중 누군가 승강장 휴지통에 버리고 간 가정용쓰레기. 한 역사는 1개월간의 추적 끝에 비양심 승객 신원을 밝혀냈다. 인천교통공사제공.


몰지각한 승객들의 행동을 지적하고자 각 역사마다 지속적으로 경고문이 붙지만, 일일이 감시할 수 없어서 골머리만 앓는 실정이다.

한 역사는 1개월간의 추적 끝에 집안 쓰레기를 승강장에 버리고 간 승객 신원을 밝혀냈다.

지속적으로 승강장 휴지통에서 검은 쓰레기봉투가 나오자 오기가 발동한 관계자가 매일 내용물을 확인했는데, 어느 날 안에서 아파트 주소가 표시된 우편봉투가 나오면서 그동안 숨바꼭질하듯 쓰레기를 투기한 비양심 시민의 정체를 알아냈다.

다만, 불법 투기자에게 직접 경고가 아닌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공문 형식으로 ‘협조를 요청하는’ 선에서 공사는 일을 마무리했다.

공사 관계자는 “양심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저지르는 행동 때문에 발생하는 일들이 많다”며 “정도(正道)를 지켜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천=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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