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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초대형IB에 잇따른 브레이크…연내 발행어음 2호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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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출금//증권가


KB증권, 금융위 기관경고 영향으로 증선위 안건 상정 무산

미래에셋대우는 박현주 회장 일감몰아주기 공정위 조사
삼성증권, 이재용회장 재판 문제로 '대주주 결격 사유'
NH투자증권은 업계 최고 수준의 채무보증이 걸림동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목표로 화려하게 출범한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에 브레이크가 걸린 모양새다.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인 발행어음 인가가 잇달아 지연되면서 당분간 한국투자증권 한곳만 사실상의 초대형 IB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초대형 IB는 증권사들도 기업금융에 진출토록 해 기업 활동을 위한 재원이 보다 다양하고 효율적으로 조달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정부가 도입한 제도다.

지난달 13일 금융위원회가 지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가 초대형 IB 간판을 달았다. 다만 초대형 IB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단기금융업무(발행어음 허용)는 우선적으로 한국투자증권에게만 인가를 내줬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일반 투자자에게 발행하는 만기 1년 이하의 단기금융 상품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IB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발행어음을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발행할 수 있다. 이렇게 모은 자금은 기업 대출이나 부동산 투자 등에 쓸 수 있다.

자금모집이 쉽고 빠른 대신 최소 50%는 기업 금융에 써야 하며 부동산 투자에 쓸 수 있는 돈은 30%로 제한된다. 초대형 IB가 자체 어음 발행에 본격적으로 나서면 그동안 은행권을 통한 자금조달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던 벤처나 중소기업에도 온기가 돌 것으로 기대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4개사에 대한 심사가 잇따라 보류 또는 지연되면서 연내 발행어음 2호 탄생이 무산된 상황이다.

앞서 지난 13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KB증권에 대해서만 발행어음 인가 안건을 상정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 증선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KB증권이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기관경고' 처분을 받은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당시 금감원은 KB증권 합병 전 현대증권 윤경은 대표 등이 계열사인 현대엘앤알의 사모사채를 인수하고 또 다른 계열사인 현대유엔아이 유상증자에 200억원가량을 출자해 대주주 신용공여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하루 뒤인 지난 14일에는 미래에셋대우가 내부거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이유로 발행어음 인가 심사가 보류될 것이라는 통보를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았다. 공정위는 미래에셋대우의 일감몰아주기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미래에셋대우 지배구조 문제는 여러 차례 지적됐다. 특히 계열사들이 박현주 회장(48.63%)과 부인(10.24%) 등 박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컨설팅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있었다.

만일 일감몰아주기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발행어음 인가는 장기간 미뤄질 공산이 크다. 금융당국이 초대형 IB 심사시 대주주 적격성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의 경우도 금융당국이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을 문제 삼으면서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가 일찌감치 보류된 상태다.

삼성증권의 최대주주는 지분의 29.39%를 갖고 있는 삼성생명이다. 이 부회장에게는 삼성증권 지분이 없지만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아버지 이건희 회장인데다 이 부회장도 삼성생명의 지분 0.06%를 갖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맥락을 고려해 이 부회장을 삼성증권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주주로 판단하고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이 대주주 결격사유라는 결론을 내렸다.

역시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NH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6월 말 기준 채무보증이 3조6000억원 수준으로 업계 최대 수준인 점이 걸림돌로 지목받고 있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발행어음 인가만 기다리고 있는 초대형 IB들은 속이 타들어가는 분위기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가장 먼저 받은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7~28일 1차분으로 발행어음 5000억원어치를 판매 완료하는 등 순항하고 있어 격차가 벌어질까 전전긍긍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인가가 늦어지는 정확한 이유라도 알았으면 좋겠는데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아 답답한 게 제일 크다"며 "또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영역에서 착실히 입지를 다지고 있는데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따라잡을 수 있을지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의 관계자는 "초대형 IB로서의 신용이나 건전성은 이미 다 확인이 됐는데 무슨 이유로 발행어음 인가를 지연시키고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혁신기업에 모험자본을 적극 공급하라며 초대형 IB를 도입시켜 놓고 기업금융에 투입될 자금줄을 막아 놓고 있는 것은 정부의 정책의지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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