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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홍석경의 한류탐사] 글로벌 K팝의 두 가지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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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으로 한국 대중음악의 세계 진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쇼프로그램이 아이돌 중심이 되면서 유행 음악에서 관심이 멀어졌던 어른들이 K팝 팬덤의 힘과 방탄소년단의 유명세에 눈을 둥그렇게 뜬다. 그런데 이미 2000년대 초부터 K팝 메이저 기획사들은 꾸준히 해외시장을 겨냥해 왔고, 그에 상응하는 성공도 거두어왔다. 빅뱅의 세계 공연투어가 아무리 성황을 이루어도 이제 굳이 뉴스가 되지 않을 만큼, K팝 그룹들은 해외 공연을 계속하면서 개별 그룹의 팬덤뿐 아니라 K팝 전체의 소비자를 확대하고 공고히 해왔다.

중앙일보

한류탐사 12/16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아이돌 제작과 연예활동을 완벽하게 통제하면서 해외 진출을 전략적으로 기획하는 SM 같은 K팝 강자들의 방식과 다른, 대안적인 패러다임이 가능함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에서 메이저리그에 속하지 않더라도 인터넷과 공연을 통해 세계적 팬덤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방탄소년단을 제작한 중소기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자율학습형 수퍼 아이돌의 매력을 SNS와 VLive 같은 1인 채널을 통해 제공하면서 팬덤을 확산하고 열기를 유지한다면, SM은 조사·개발·기획하여 팬덤을 창출하고 시장을 유지한다. 전자가 공간을 무시하고 퍼져나가며 미래를 기약하기 힘든 확산을 한다면, 후자는 중국·일본·동남아·미국을 차별적으로 공략하는 동아시아의 하이테크 연예기획사다.

지금 한국의 작은 기획사들은 이 두 가지 패러다임 속에서 고민스러울 것이다. 방탄의 성공은 아름답지만 같은 회사에서 두 번째 방탄이 가능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SM식 접근은 양질의 안정된 콘텐트 유통을 보장할 수는 있으나, 뜨거운 팬덤의 열기를 유지하기엔 방탄의 접근처럼 화력이 세지 못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에서 데뷔하기도 전에 미국 전역에서 작은 공연을 통해 팬덤을 만든 4인조 남녀혼성그룹 KARD, 베트남·태국 등에서 활동하는 현지인으로 이루어진 K팝 그룹 제작 등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인기 아이돌그룹의 드문 공연 사이를 메우며 유럽 공연투어를 하는 작은 K팝 그룹들이 현지의 팬을 만들고 있음도 확인된다. 2018년은 K팝이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위해 고민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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